스마일재단 김건일 이사장의 ‘내일’을 만나다

장애인들의 구강 건강을 위해 설립된 스마일재단은 대한민국 최초의 ‘장애인 구강보건 분야의 비영리단체’다. 치과 의료 서비스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저소득 중증 장애인들에게 보철치료비 지원, 저소득 장애인 전신마취 하 치과진료비 지원, 구강암・얼굴기형 환자 치과진료비 지원,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 전신 마취비 지원 등의 사업을 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이 안정적으로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동진료를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진료와 더불어 구강 건강 교육도 하여, 치료받은 치아를 건강하게 지킬 수 있도록 돕는다. 그 외에도 장애인 구강보건 환경 개선을 위한 연구 및 정책 개발과 인식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마일재단의 사업은 수많은 사람의 후원으로 이루어지며, 후원자 915명 가운데 치과의사는 660명 이상이다.

현재까지 치과치료비 지원 사업으로 총 2,296명(2017년 말 기준)이, 이동치과진료사업으로 총 5,389명(2018년 8월 기준)의 장애인들이 환한 미소를 되찾았다.

2003년 2월 22일, 스마일재단의 시작과 함께한 치과의사 김건일씨는 그로부터 꼭 15년 후인 올해 제6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그는 2002~2005년 인천시치과의사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학생 때 처음으로 장애인 진료 봉사에 참여하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김건일 이사장은, 내내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 2월 22일, 취임식에서 김건일 이사장의 모습(왼쪽)

스마일재단 창립 멤버이면서 올해 2월 이사장으로 취임하셨는데, 그간의 소회를 말씀해주신다면

장애인 진료 봉사 위주로 시작했던 스마일재단은 이제 장애인 구강 건강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하는 비영리단체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스마일재단에 합류할 당시 전국 16개 지부 회장들이 후원 회원으로 모두 동참해주었다. 한마음이 됐던 거다. 15년이라는 기간 동안 업무량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전체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오르니 중압감도 있지만 재단 직원들, 운영 위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매일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스마일재단의 중점적인 사업은 무엇입니까

장애인 구강 건강을 위한 여러 사업을 하고 있지만, 창립 때부터 ‘장애인들에게 보철을 해주자’는 게 스마일재단의 정신이다. 후원금이 모여 장애인 보철지원사업에 가장 많이 쓰인다. 진료 봉사에 참여하는 의사들은 재능기부를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내가 낸 후원금이 장애인 치과 치료에 쓰일 수 있다’는 것, ‘치료하는 치과의사가 언젠가는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 그렇게 스마일재단이 시작된 거다. 후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치료는 치과의사가 아니면 할 수 없기 때문에 더 값지다.

장애인 진료는 시간과 노력이 몇 배나 더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공식적으로 시간은 두 배, 노력은 세 배가 걸린다고 한다. 실제로는 5배 이상이다. 치과에서 보통 하루에 10~15명을 진료한다면 장애인은 2~3명밖에 할 수 없다. 특히 진료하면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초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절대 내색해서는 안 된다. 장애인들이 겁을 먹기 때문이다. 숙달된 보조 인력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장애인을 치료하려는 치과의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뜻이 있더라도 자신의 병원에서 장애인만을 진료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동치과진료사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12일, 전북보성원을 찾은 김건일 이사장의 모습

김건일 이사장은 이동진료 팀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동치과진료에 참여하는 치과의사들은 치과에 가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찾아가 구강검진과 치료를 하고, 구강 관리 교육도 한다. 장애인이 교육을 받기 어려운 상태일 때는 기관 직원 또는 보호자가 교육을 받는다. 이동치과진료는 전국 장애인 복지 단체를 대상으로 하며, 신청조건에 부합하는 단체를 방문해 진료를 하고 있다. 이미 스마일재단으로부터 진료를 받은 단체여도 재신청이 가능하다. 현재는 마취 없이 할 수 있는 치료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이동치과진료 참여 말고도 전국 저소득 장애인 전신마취 하 치과진료비 지원사업, 구강암・얼굴기형 환자 치과진료비 지원 사업에 신청하면 협력병원으로 지정되어, 재단에서 치료가 필요한 장애인을 연계한다. ‘재능기부 참여치과’는 매년 신청을 받고 있는데, 장애인 무료 보철치료에 뜻을 둔 병원에서 신청하면 된다.

김건일 이사장은 치료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장애인에게, 거주지에 협력병원이 없어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전할 때가 가장 가슴 아프다고 말한다.

참여를 망설이고 있는 치과의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까

대학생 때 선배들의 권유로 참여한 진료봉사가 계기가 되어 여기까지 왔다. 처음 봉사에 참여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많이 힘들었지만 뭔가 가슴 한 구석이 찡했던 기억이 난다. 딱 한 번만 해보면 달라진다. 최근 일부 잘못된 의사들 때문에 치과의사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다. 나에게는 잘못이 없더라도 대중의 인식을 바꾸려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소외 계층을 위한 봉사에 치과의사들이 더 많이 참여해야 할 때가 왔다.

장애인 진료에 대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장애인 진료에 경험이 많은 의사로부터 먼저 조언을 듣거나 치료하는 과정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인을 대하는 일은 보호자나 기관 직원의 도움을 받으면 한결 수월하다. 환자의 마음이 편해야 의사도 치료에 전념할 수 있다. 진료는 병원 문 앞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미소로 다정하게 환자를 맞이하는 일이 먼저다. 일반 환자에게도 ‘치과’라는 곳은 두려움의 대상 아닌가.

이동치과진료봉사에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습니까

물론이다. 치료 외에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일은 많다. 특히 학생들에게는 산교육이다. 의사 자녀들이 봉사에 참여하면 부모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부모가 몸이 불편한 이들을 보듬으며 치료하는 모습을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다.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남은 임기를 어떻게 보내고 싶으십니까

현재 후원 회원이 서울과 경기 중심이고, 나머지 지역에는 드문 편이다. 임기 동안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게 목표다. 그러려면 홍보가 매우 중요하다. 인터뷰 요청이 오면 열 일 제쳐두고 응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사실 처음에 이사장직을 제안받았을 때 안 한다고 했었다(웃음). 재단을 이끈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제안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지역별로 뜻있는 치과의사들이 모여 소규모 진료 봉사를 하고 있다. 그런 의사들이 후원회를 조직했으면 좋겠다. 전국에 흩어져있는 이런 치과의사들을 하나로 모으고 드러내는 일이야말로 스마일재단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건일 이사장과 경기도치과의사회 최유성 회장(오른쪽)의 모습. 김건일 이사장은 후원과 진료봉사에 경치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스마일재단 홈페이지(www.smilefund.org) / 후원문의(02-757-2835)

저작권자 © 덴티스트 - DENT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