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그리고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너의 이름은’에 이어 또 한편의 수작 일본 애니메이션이 개봉된다.

영화는 대학 시절부터 재패니메이션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아온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2010년 제31회 일본SF대상을 수상한 모리미 도미히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모리미 도미히코는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와 같은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친숙한 작가다. 그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라(奈良)현의 주택가를 모델로 ‘펭귄 하이웨이’의 독창적인 스토리를 구상했다.

매일 새로 알게 된 것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11살 소년 아오야마는, 말이 통하는 치과의사 누나와 친하게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 펭귄 무리가 나타난다. 이 펭귄들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하던 소년의 앞에서 누나는 음료 캔을 허공에 높이 던진다. 캔은 순식간에 펭귄으로 변하고, 놀란 소년에게 누나가 웃으며 말한다 “이 수수께끼를 풀어보렴.” 소년은 펭귄과 누나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며 흥미진진한 모험을 시작한다.

영화는 판타지 애니메이션 장르다운 영상미와 다양한 볼거리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숲속에서 바다가 나타나고, 흰 긴 수염고래가 수로를 헤엄치는 등 원작에서 등장한 이야기가 스크린에서 어떻게 재현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실제 아델리펭귄의 개성을 그대로 살린 귀엽고 사랑스러운 펭귄 캐릭터는 아라이 요지로에 의해 탄생했다. 그는 일본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지브리에서 ‘마루 밑 아리에티’, ‘코쿠리코 언덕에서’에 참여해 호평받았다.

재패니메이션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캐릭터에서부터 때로 웅장하기까지 한 장면은 시네마스코프(2.35:1) 보다 가로 폭이 짧은 2.20:1 todd-AO(와이드스크린 초기 방식. 한 대의 카메라와 영사기로 화질 좋은 와이드스크린을 얻기 위해 만들어짐)로 스크린에 구현된다. 감독은 “좀 더 영화적인 느낌이 날 수 있도록 고민하던 끝에” 고전 영화에 짧은 기간 동안 쓰였던 이 화면비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의 남다른 의도가 담긴 영상은 최근 공개돼 누적 조회 수 100만을 돌파한 런칭 예고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시야를 벗어나는 면적이 적어 몰입감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애니메이션은 목소리 연기를 한 배우가 화제가 되곤 하는데, 영화에서 아오야마를 모험으로 이끄는 ‘누나’ 역을 일본 대표 배우 아오이 유우가 맡았다. ‘하나와 앨리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아오이 유우는 귀엽고 청순한 이미지로 우리나라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녀는 이미 ‘철근 콘크리트’, ‘미요리의 숲’ 같은 작품에서도 목소리 연기를 맡아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영화에서도 히로야스 감독은 “생동감 있고 담백하고 솔직한 목소리가 역할에 딱 맞았다”며 그녀의 목소리 연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영화는 판타지 장르지만 결국 소년의 성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호기심, 첫사랑, 우정이 소년의 모험과 어우러져 감동을 선사한다. 이는 제22회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장편 베스트 애니메이션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판타지아 영화제는 1997년 장르 영화제로 시작되어 아시아, 유럽, 북미 작품을 중심으로 선정된 약 400편의 작품 가운데 부문별 최고의 작품에 시상한다.

심사위원들은 “표현도 구성도 아름답게 스며들어 있는 사랑과 우정 이야기. 전 세대의 마음을 강하게 움직이는 매력적인 스토리”라고 평했다.

이번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히로야스 감독은 지난 10일 열린 관객과의 만남에서 영화에 대해 “누구나 경험한 적 있는, 그리고 앞으로 경험할 수도 있는 어린 시절의 감정들을 담았다”고 말했다. 10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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