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강 외|224쪽|값 12,000원|은행나무출판사

제12회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작별》이 출간되었다. 김유정문학상은 《봄봄》, 《동백꽃》, 《만무방》 등과 같은 작품으로 한국문학의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소설가 김유정의 문학적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으며, 한 해 동안 문예지에 발표된 모든 중ㆍ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된다.

《작별》은 어느 겨울날, 벤치에서 잠시 잠이 들었다가 눈사람이 되어버린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그녀에게는 그날이 평범한 날에 불과했다. 매일 산책하던 어느 벤치에서 약속을 기다리던 중, 이상하게 졸음이 쏟아진다. ‘여기서 잠들면 안 되지’ 하던 그녀는 잠이 들어버리고, 깨어났을 때는 이미 눈사람으로 변했다. 단단한 눈 덩어리로 변한 몸에서 유일하게 다른 부분은 심장이 있던 자리다.

7살 연하의 가난한 남자와 연애를 하고 있던 그녀는 회사에서 사직을 권유받은 후, 자신이 세상에서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때문인지 그녀는 눈사람으로 변한 사실을 놀라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조금씩 흐릿해지는 손과 발, 눈과 콧날의 지워짐을 그저 받아들일 뿐이다. 눈으로 뭉쳐진 육신이 점점 녹아 사라질 운명. 그런 운명 속에서 그녀가 삶에 얽힌 관계들과 작별하는 과정이 한강 특유의 단아하고 시심(詩心) 어린 문장에 담겨 있다.

《작별》은 “존재와 소멸의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경계”라는 심사위원단의 격찬을 받으며 본심에 오른 20편의 중ㆍ단편소설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작품집답게 수상작 외에도 수상 후보작 6편이 함께 실렸다. 권태로운 시골마을에서 작은 사건 하나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 그려낸 강화길 작가의 《손》, 주거공간에서 지속해서 나는 알 수 없는 소리와 기묘한 꿈, 비밀에 대한 이야기인 권여선 작가의 《희박한 마음》, 폐지 줍는 노인과 뺑소니 사건으로 엮인 한 인간의 양면성을 표현한 김혜진 작가의 《동네 사람》 등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이 밖에 이승우 작가의 《소돔의 하룻밤》, 정이현 작가의 《언니》, 정지돈 작가의 《빛은 어디에서나 온다》 또한 주목할 만한 수작이다.

저자 소개_ 한강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로,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로 등단했다.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이 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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