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역을 지배한 히틀러는 체코에서 저항 활동이 활발해지자 나치 친위대의 점령군 사령관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를 파견한다. 히틀러의 총애를 받았던 하이드리히는 독일의 생산기지였던 체코에서 ‘프라하의 학살자’, ‘사형집행인’ 등으로 불리며 유대인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이에 체코 레지스탕스는 유대인 대학살을 막기 위해 ‘하이드리히 암살작전’을 거행한다.

영화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는 ‘제2차 세계대전 유일의 표적사살작전’으로 불리는 이 하이드리히 암살작전을 다루었다. 기존에 같은 소재의 영화들이 레지스탕스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작품은 하이드리히와 그를 둘러싼 인간관계를 통해 한 인간이 괴물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는 프랑스 최대 문학상인 ‘콩쿠르상’을 수상하며 25개국에 출간된 로랑 비네의 소설 《HHhH》를 원작으로 했다.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거쳐 하이드리히를 묘사했던 원작과 마찬가지로, 영화도 한 인물의 그릇된 신념이 어떠한 결과를 불러일으키는지에 주목했다.

이 영화로 헐리우드에 진출한 프랑스 출신 세드릭 히메네즈 감독은 “하이드리히가 저지른 잔학한 행위들을 잊고 싶지 않았다. 그를 깊게 파헤쳐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이드리히가 괴물이 된 데 영향을 끼친 인물 중에는 아내 리나 폰 오스텐도 있다. 귀족 가문 출신의 리나는 나치를 신봉하여, 여성이 정치에 입문하기 어려웠던 시대에 남편을 통해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고자 했다. 리나 역은 ‘나를 찾아줘’에서 비로소 신들린 연기력을 인정받은 로자먼드 파이크가 맡았다. 그녀는 캐릭터가 가진 힘과 막강한 영향력에 주목해 다시금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주인공 하이드리히를 완벽하게 구현할 배우를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수많은 오디션을 거쳐 제이슨 클락을 만난 감독은 “인물을 완벽히 이해한 상태에서 그의 재능이 더해져, 촬영장에서 하이드리히가 되어있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제로 다크 서티’로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얼굴을 알린 제이슨 클락은 이후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에베레스트’, 최근 ‘퍼스트맨’까지 장르에 구애받지 않은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하이드리히 캐릭터를 극대화하는 장치이면서 파시즘 정권에 대항해 세상을 바꾸고자 한 레지스탕스의 활동도 빼놓지 않았다. 희생을 자처했던 레지스탕스의 신념은 70년이 넘은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얀(잭 오코넬)과 요세프(잭 레이너) 역에는 그런 레지스탕스의 정신이 그대로 투영됐다.

시대를 완벽하게 재현하고자 한 연출방식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감독은 제작진과 함께 몇 개월간 유럽 전역을 돌며 최적의 장소를 모색했고, 당시의 건축 양식이 잘 보존된 부다페스트와 프라하를 촬영지로 선택했다. 촬영 역시 디지털이 아닌 35mm 필름을 사용해 관객이 실제로 그 시대에 있다고 느낄 만큼 사실적인 장면들을 완성했다.

영화는 해외 개봉 당시 “세드릭 히메네즈 감독은 연출적 재능을 한껏 발휘하여 감정을 고조시킨다”(Hollywood Reporter), “모든 장면에서 빛나는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The Skinny), “당신의 감성을 울릴 영화”(The New Paper)라는 평가를 받았다.

11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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