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케스터 슐렌츠 | 번역 배명자 | 252쪽 | 값 13,000원 | 위즈덤하우스

어머니의 얼굴이 주름으로 뒤덮이면 자식들은 그제야 비로소 이별이 가까웠음을 깨닫는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음을 맞이하는 건 당연한 일임에도 가족과의 작별은 누구나 피하고 싶은 일이다. 어릴 때는 내 곁에 영원히 함께할 것 같았던 가족들, 그중에서도 ‘어머니’의 존재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어머니가 돌봐야 할 존재가 되었을 때 자식들이 느끼는 감정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급격히 쇠약해진 어머니를 돌보며 겪은 여러 에피소드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엄마, 조금만 천천히 늙어줄래?》는 노모를 둔 자식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동시에, 앞으로 그런 상황에 직면할 이들이 나이 든 부모의 행동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요양원은 늙은이들만 있는 곳이라며 절대 가지 않겠다던 트라우테 슐렌츠 여사는 80세 생일 이후 혼자 지내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히 기력이 떨어진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게 된 슐렌츠 여사는 자식들에게 전화로 불평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슐렌츠 삼남매는 어머니에게 요양원이 최선의 길임을 설득하고, 정작 어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자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히며 도리와 현실 사이에서 갈등한다.

저자는 든든한 지원군 같았던 어머니가 아픈 노인이 된 모습을 지켜보며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추억,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을 떠올린다. 어머니가 돌봐야 할 아기 같은 존재가 되어버리는 순간의 수만 가지 감정들도 담담하게 고백한다.

독자는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자신의 부모를 떠올리며 마음 짠해지다가도, 지극히 현실적인 가운데 웃음이 터져 나오고야 마는 에피소드들을 읽으며 무거운 마음을 조금은 덜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_케스터 슐렌츠

언어학과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주간지『STERN』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이런, 아빠라니! 아버지 되기》《영감탱이, 이제 어쩌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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