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ㆍ사진 하정우 | 296쪽 | 값 15,500원 | 문학동네

천만 배우에서 감독으로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하정우가 무명시절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울을 걸으며 자신을 다잡은 기억을 글과 사진으로 생생하게 풀어놓았다.

하정우는 하루 10만 보까지도 걸은 적 있는 유별난 걷기 마니아다. 그는 걷기 모임 친구들과 매일 걸음 수를 공유하고, 주변 연예인들에게도 걷기의 즐거움을 전파해 ‘걷기학교 교장선생님’, ‘걷기 교주’로도 불린다.

그에게 웬만한 서울 거리는 차로 이동하는 것보다 도보 이동이 더 익숙하다. 비행기를 타러 강남에서 김포공항까지 8시간에 걸쳐 걸어간 적도 있다는 그에게 ‘걷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숨 쉬고 명상하고 자신을 돌보는 또 다른 방식이다.

글쎄, 언제부터였을까? 돌아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오직 걷기밖에 없는 것만 같았던 시절도 있었다. 연기를 보여줄 사람도, 내가 오를 무대 한 뼘도 없었지만, 그래도 내 안에 갇혀 세상을 원망하고 기회를 탓하긴 싫었다. 걷기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았던 과거의 어느 막막한 날에도, 이따금 잠까지 줄여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지금도 꾸준히 나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떻든, 내 손에 쥔 것이 무엇이든 걷기는 내가 살아 있는 한 계속할 수 있다는 것 _ 서문 중에서

△ 문학동네 제공

이 책에는 자연이 선물한 노을이나 무지개처럼 길 위에서 바라본 ‘매직 아워’가 그가 직접 찍은 스냅 사진으로 실려 있다. 새벽 걷기의 쉼터이자 간이카페가 되어주는 한강 편의점, 길동무, 종일 걸은 후에 직접 요리한 단순하고 맛깔난 음식 등도 그가 채집한 일상의 조각으로 ‘사람’ 하정우의 일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군도> <암살> <터널> <베를린> <아가씨> <신과 함께> 등 화려한 필모그래피 뒤에 숨어 있는 그의 땀과 기도를 읽을 수 있다는 것 또한 팬들에게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간다.

하정우는 지금 손에 쥔 것이 무엇이든, 어떤 상황에 부딪히든 두 다리만 있다면 굳건히 걷기를 계속하겠다고 말한다. 슬럼프가 찾아와 기분이 가라앉을 때, 온 마음을 다해 촬영한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마음이 힘들 때. 그는 분노하기보다 운동화를 꿰어신고, 그저 걸으며 스스로를 추스른다.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이 순간조차 긴 여정의 일부일 뿐이라고, 그리고 결국은 잘될 것이라고.

저자 소개_ 하정우

배우, 영화감독, 영화제작자, 그림 그리는 사람. 그리고 걷는 사람.

filmography

<PMC: 더 벙커> <신과 함께> <1987> <아가씨> <터널> <암살> <군도: 민란의 시대> <허삼관>(감독, 주연) <롤러코스터>(감독) <더 테러 라이브> <577 프로젝트> <베를린> <러브픽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황해> <국가대표> <추격자> <두번째 사랑> <용서받지 못한 자> 등

저작권자 © 덴티스트 - DENT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