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전 세계적인 붐을 일으켰던 <트와일라잇>이 10주년을 맞아 재개봉된다.

<뉴 문> <이클립스> <브레이킹 던 part1> <브레이킹 던 part2>로 이어진 <트와일라잇 신화 Twilight SAGA>는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만큼이나 두터운 팬층을 형성했다.

고등학생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뱀파이어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판타지 로맨스 장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총 33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개봉 이후 이 작품을 롤모델로 한 다양한 TV시리즈물이 등장했으며 촬영지와 의상, OST에 이르기까지 관련 콘텐츠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동명의 원작 소설 공이 컸다. 어느 날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지는 꿈을 꾼 원작자 스테파니 메이어는 꿈에서 깨자마자 이를 글로 옮기기 시작, 3개월 만에 첫 편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미국에서만 5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트와일라잇 : 브레이킹 던 Part2.》까지 총 5권으로 완결된 트와일라잇 신화는 모두 영화화되었다. 미국에서는 ‘엄마와 딸이 함께 보는 영화’라고 불릴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며 박스오피스를 점령했고, 한국에서도 시리즈 전편이 누적 관객 950만 명을 기록했다.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영화는 특히 주인공 캐스팅에 이목이 집중됐는데, 당시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벨라 역에 낙점되면서 한때 원작 팬들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로버트 패틴슨은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캐릭터와 하나 된 연기를 보여주어 캐스팅 논란을 일축했다. 이들은 또 실제 연인으로 발전, 언론으로부터 흥행을 위한 위장 커플이라는 뭇매를 맞기도 했으나 ‘롭스틴’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팬들의 무한한 지지를 받았다.

이번에 재개봉되는 첫 편 <트와일라잇>은 벨라와 에드워드의 첫 만남, 에드워드의 정체,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서 앞으로 닥칠 위기가 암시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아버지와 함께 살기 위해 워싱턴 주 포크스로 이사 온 벨라 스완(크리스틴 스튜어트)은 전학 첫 날부터 심상치 않은 눈길을 보내는 에드워드 컬렌(로버트 패틴슨)에게 신경이 쓰인다. 자신을 밀어내는 듯 하다가도 다가오는 에드워드에게 비밀이 있음을 직감한 벨라는, 결국 컬렌 일가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사랑에 빠진 두 사람. 그즈음 마을에는 연이어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컬렌 일가는 사건을 일으킨 뱀파이어 무리와 맞닥뜨린다.

영화는 피의 향연 속에 뱀파이어를 ‘절대 악’으로 묘사한 <블레이드> <슬레이어> <30데이즈 오브 나이트>와 같은 작품들과는 결을 달리 한다. 어찌 보면 외형만 뱀파이어 영화인 하이틴 로맨스물로도 볼 수 있다.

감독은 마지막 편까지 세 번 교체됐는데, <뉴 문>의 크리스 웨이츠나 <이클립스>의 데이빗 슬레이드가 망작을 선보였다면, 첫 편을 감독한 캐서린 하드윅은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한 묘사로 벨라와 에드워드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만큼은 아직까지 대체할만한 작품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묘사했다.

전편에 이어지는 서사 구조가 엉망은 아니지만, 마지막 편으로 이어질수록 플롯에 구멍이 드러나고 십대 취향에 절대적으로 맞추어진 줄거리와 다소 유치한 대사로 인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똑같이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그렸음에도 먹먹함을 남기는 <렛미인>과 같은 작품과 비교하면 공장에서 잘 찍어낸 제품 같은 느낌을 주는 영화다. 그럼에도 첫사랑의 설렘과 영원불멸의 존재에 대한 동경, 판타지 장르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영화적 쾌감은 세대를 뛰어넘어 이 시리즈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다.

12월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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