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살의 여성 작가 메리 셸리가 쓴 세계 최초의 과학소설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에 출간된 후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재생산되며 세기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고전의 대명사로 자리했다.

메리가 살던 19세기 영국은 남성 중심 사회였다. 메리는 급진 정치사상가인 윌리엄 고드윈과 여권 신장론자로 유명한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사이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아 어머니가 사망하고, 그녀는 계모 슬하에서 불행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지적 갈증은 아버지의 서재에서 무수히 많은 책을 읽으며 해소했다.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감내해야 했던 메리는 현실에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작품에 녹여 걸작을 완성했다. 영화는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비화를 다룬 동시에, 메리가 소녀에서 작가로 거듭나는 과정을 밀도 있게 담아냈다. 여기에 낭만파 시인 퍼시 셸리와의 운명적인 사랑이야기도 극의 재미를 더한다.

메리는 아버지의 제자인 퍼시와 사랑에 빠져,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함께 도망친다. 어느 날 두 사람은 시인 바이런의 집에 초대되고, 의사 존 폴리도리 등이 모인 자리에서 괴담을 하나씩 지어내기로 약속한다. 이때 메리는 상상만 했던 괴물을 글로 옮기기로 결심한다.

실제로 메리는 열다섯의 나이에 유부남이었던 퍼시 셸리를 만나 프랑스로 도피했다고 알려졌다. 이는 영국 문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20살도 안 된 나이에 빚쟁이를 피해 도주하던 중, 갓난아기였던 첫째 딸을 잃는 비극을 겪으며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괴물을 창조했다. 어린 시절의 상처와 도피 생활이 《프랑켄슈타인》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셈이다.

헐리우드가 탐내는 요소를 두루 갖춘 영화는 데뷔작 <와즈다>(2012)로 주체적 여성의 이야기를 담아 극찬받은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이 연출했다. 감독은 메리가 창작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흡인력 있는 연출로 담아내 해외 언론으로부터 “시대적 배경을 완벽하게 담은 연출”(El Mundo), “훌륭한 캐스팅과 연기, 그리고 완벽하게 구현된 메리 셸리의 인생”(Movie Nation)이라는 호평을 끌어냈다.

감독은 연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메리가 부모님이나 퍼시와의 관계에서 겪은 비극이 소설 속 괴물의 삶에 상당 부분 투영되어 있다는 점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밝힌 바 있다.

메리 역은 J.J 에이브럼스 감독의 <슈퍼 에이트>로 스타덤에 오른 후, <네온 데몬>과 <매혹당한 사람들>로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한 엘르 패닝이 연기했다. 데뷔 초기 따라다녔던 ‘다코타 패닝의 동생’이라는 수식어는 이미 떼어낸 지 오래. 이번 영화를 위해 《프랑켄슈타인》은 물론, 바이런의 시집까지 섭렵하며 캐릭터 연구에 몰두한 그녀는 감독으로부터 “메리의 젊음과 내면의 강인함을 완벽하게 표현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상대역 퍼시 셸리 역은 <라이엇 클럽> <러빙 빈센트> 등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더글라스 부스가 맡았으며, 바이런 역의 톰 스터리지는 최근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드러머 로저 테일러 역으로 국내 관객에게도 친숙한 배우다.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이 창조한 괴물의 이야기 속에서 과학기술이 야기한 윤리적 문제와 버려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유리천장을 깨고 이 작품을 쓴 메리 셸리의 용기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를 일깨운다.

12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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