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M.나이트 샤말란 표’ 히어로물의 탄생이다. <언브레이커블>의 천재 미스터 글래스와 철인 데이빗 던, <23 아이덴티티>에서 가장 폭력적인 인격 ‘비스트’에게 지배당한 케빈. 이들이 <글래스>에서 만났다.

샤말란 감독의 작품은 일상 속에서 맞닥뜨릴법한 공포를 대중적이면서도 재기발랄하게 담아 수많은 영화팬의 사랑을 받아왔다. 반전의 미학을 선보였던 <식스 센스>(1999)가 우연이 아님을 입증하듯 감독은 <언브레이커블>(2000), <싸인>(2002), <빌리지>(2004), <헤프닝>(2008)을 내놓으며 흥행과 비평을 모두 잡았다. 정체불명의 <라스트 에어벤더>(2010) 같은 작품으로 잠시 내리막길을 걷기도 했으나, <더 비지트>(2015)로 자신의 장기를 살리며 <23 아이덴티티>(2017)로 마침내 ‘샤말란의 부활’을 알렸다.

<글래스>는 샤말란 감독이 19년에 걸쳐 공을 들인 거대 프로젝트다. 그는 세 캐릭터를 하나로 모아 기존에 없던 3부작을 완성하기 위해 스토리부터 로케이션, 프로덕션 디자인까지 꼼꼼히 검토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여기에 믿고 보는 배우 제임스 맥어보이, 사무엘 L. 잭슨, 브루스 윌리스의 뛰어난 연기가 더해져 “매력적이고 세련된 스릴러”, “제임스 맥어보이 인생 최고의 연기” 등의 호평 속 북미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괴물 같은 24번째 인격 ‘비스트’에 사로잡힌 케빈(제임스 맥어보이)은 데이빗(브루스 윌리스)에 의해 범죄 현장이 발각돼 싸움을 벌이던 중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둘은 이곳에서 천재적 두뇌의 소유자이나 작은 충격에도 쉽게 뼈가 부러지는 미스터 글래스(사무엘 L. 잭슨)와 만나게 된다. 정신과 의사 엘리(사라 폴슨)는 이들이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믿고, 정교한 보안 시스템 속에서 그들을 격리해 치료를 진행한다. 그러나 미스터 글래스는 필라델피아 오사카 타워 오픈 기념행사에 맞춰 자신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자 비스트를 포섭할 계획을 세운다. 한편, <23 아이덴티티>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케이시 쿡(안야 테일러 조이)은 비스트가 또 다른 악행을 저지르는 것을 막고자 정신병원으로 케빈을 찾아간다.

영화 속 세 주인공이 수감된 레이븐 힐 메모리얼 정신병원은 실제로 알렌타운 주립병원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2010년까지 실제 정신병원이었던 알렌타운 주립병원은 2,000여 명의 환자를 수용했던 곳으로, 고풍스러운 양식 속 으스스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샤말란 표 영화를 완성하는 데 최적의 장소가 됐다. 주인공 각자의 캐릭터에 맞춘 독방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물에 닿으면 능력을 잃는 데이빗의 방에는 탈출을 시도하면 물이 쏟아지는 파이프형 시스템을, 미스터 글래스의 방은 뼈가 부러지지 않게 충전재를 사방에 부착했으며 케빈의 방은 24개 인격을 통제하기 위해 강력한 조명이 설치됐다.

영화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정신과 의사 엘리 역은 TV와 영화를 넘나들며 연기파 배우로 자리한 사라 폴슨이 맡았다. <노예 12년>(2013)에서 노예를 학대하는 남부 여인을 실감나게 연기했던 그녀는 최근 <캐롤>, <더 포스트>, <오션스8> 등 장르를 불문하고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해 명품 조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3 아이덴티티>로 신예답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스타덤에 오른 안야 테일러 조이는 <글래스>에서도 케빈을 이해하는 유일한 인물 케이시 역을 맡아 호연을 펼친다.

<언브레이커블>에서 데이빗의 아들 조셉 역으로 등장했던 스펜서 트리트 클락도 이번 작품에 합류했다. 조셉은 보안회사를 운영하며 아버지가 범죄에 맞서는 모습을 모니터하며 그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 <언브레이커블>에서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19년 만에 같은 역할로 등장하는 배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글래스>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는 샤말란 감독의 카메오 등장이다. 자신의 작품에 카메오 출연하기를 즐기는 감독은 이번엔 꽤 많은 분량의 대사를 소화하며 연기 욕심까지 내비쳤다.

1월 17일 IMAX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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