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락 진료소에서 권혁용 원장의 진료 모습. (하단 우측 사진은 건치 전성훈 전 대표 모습)

경기도 평택시 통복동에는 ‘와락 센터’가 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소통 공간이다.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건치)’는 2012년 7월부터 그곳에서 ‘와락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의 노동 투쟁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매달 한 번씩 무료 치과진료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09년 4월 2,500여명이라는 대규모 노동자들의 해고를 시작으로 쌍용자동차 사태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다. 파업 진압이 무자비하게 이뤄졌으며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육체적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모두 붕괴된 큰 내상을 입었다. 이후 긴 파업으로 노동자들의 정서적 상처는 더욱 깊어지고 배우자는 물론 아이들까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빠져드는 상황에 놓였다.

이후 30명에 달하는 많은 해고 노동자들의 죽음이 계속되면서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한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사회적 연대의 필요성이 점차 확대됐다. 각계각층에서 연대가 이루어졌다. 정혜신 박사는 그들을 위해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으며, 건치에서는 무료 치과진료 활동으로 연대에 참여했다.

건치 회원인 나는 그동안 와락 진료소 활동에 참여해 달라는 문자를 여러 번 받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평택에서 가까운 오산에 살고 있으면서도 함께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9년 새해가 지난 며칠 후 1월 20일(일)에 진료활동이 있다는 문자를 다시 받았다. 항상 미안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활동에 참여하겠다는 답장을 건치 간사에게 보냈다.

오전 9시 40분경 평택역 근처에 있는 와락 센터에 도착하니 치과의사협회의 이동용 치과진료 차량을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었다. 이효직 건치 간사님의 소개로 치과 진료팀의 구성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치과팀은 나를 포함하여 3명의 선생님(정성훈 전공동대표, 구준회 서경지부 사업국장)과 4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했다. 또한 ‘문턱없는 한의사회’에서도 진료팀을 구성해 와락 진료소 활동에 함께 하고 있었다.

치과팀은 15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진료 중간에는 해고 노동자 가족들이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가정식으로 점심식사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진료내용은 ▲구강검진 및 상담 ▲스케일링 ▲잇몸치료 ▲치수복조 ▲레진치료 등이다. 와락 진료소에서 받을 수 있는 대부분의 치과진료는 가까운 동네 치과에서도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받을 수 있는 치료들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는 서로를 향한 배려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또한 불평등의 문제를 고민하고 더불어 살아가려는 사회적 연대정신이 있다. 나는 와락 진료소에서 서로에 대한 평등의 마음과 사회적 연대정신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고 그 소중한 느낌을 마음 가득히 담아왔다.

2019년 6월이 되면 10년 만에 노사합의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전원이 복직된다고 한다. 복직만으로 그동안 지니고 있던 마음의 상처가 모두 치유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기쁜 소식을 접하니 기분이 좋다. 해고 노동자 전원이 복직되는 6월이 되면 와락 진료소 활동도 마치게 된단다. 늦게 합류한 만큼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열심히 참여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끝으로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정성훈 전공동대표를 비롯한 여러 회원들이 7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와락 진료소를 운영해 오고 있음에 진심으로 그들의 노고에 경의를 보낸다.

저작권자 © 덴티스트 - DENT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