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기 위해 길을 떠나는 소녀 ‘이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이다>로 폴란드에 첫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안긴 파벨 파블리코브스키 감독의 신작. 감독은 부모의 40년 러브스토리에서 영감을 받아 <콜드 워>를 완성했다.

영화는 1940년대 이후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이념과 체제가 극심하게 대립했던 냉전시대에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번 작품 역시 오는 2월 24일에 있을 제91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1949년 공산주의 체제하의 폴란드. 빈민가 출신인 줄라(요안나 쿨릭)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분을 속이고 폴란드 민속 음악단 ‘마주르카’에 입단한다. 줄라는 그곳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빅토르(토마즈 코트)와 사랑에 빠지지만, 정치적 사상 때문에 의심받는 빅토르를 상부에 보고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이를 알게 된 빅토르는 줄라에게 파리로 떠나자고 제안한다. 줄라가 이를 거절하면서 두 사람은 15년에 걸쳐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게 된다.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는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국가들의 모습, 당시 폴란드에서 유행했던 민속음악, 파리의 재즈 등 냉전시대의 특징을 섬세하게 담아내 기존 로맨스 영화의 한계를 극복했다.

전 세계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완성하기 위해 영화 작업에만 10년 이상을 쏟은 감독의 노력은 제71회 칸영화제 감독상, 제90회 전미비평가위원회 외국어영화상, 제82회 뉴욕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시대의 제약 안에서 두 주인공을 이어주는 음악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특히 그들의 사랑을 상징하는 노래 「Two Hearts (Dwa Serduszka)」는 단순한 선율의 솔로곡에서부터 재즈 버전까지 변주되어 각기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이 곡은 요안나 쿨릭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타고 영화의 감동을 더한다. <파리 5구의 여인>으로 감독과 연을 맺은 요안나 쿨릭은, 연기와 노래가 모두 소화 가능한 몇 안 되는 배우다. 이 작품으로 제31회 유럽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빅토르 역의 토미즈 코트는 폴란드를 대표하는 배우다. 과거를 숨기고 영국으로 이민 간 전범 에릭 역을 사실적으로 연기한 <Bikini Blue>(2017)로 그해 유럽영화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번 <콜드 워>에서 사랑과 음악에 전부를 건 남자를 연기해 스크린을 압도하는 열연을 펼쳤다는 평가다.

총천연색 디지털 화면에 익숙해진 관객에게 4:3 화면비의 흑백 영상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감독은 이에 대해 “1950년대 폴란드는 전쟁으로 파괴되었고 사람들은 회색빛의 옷을 입었다. 선명하고 강렬한 색으로 보여주는 건 거짓일 수밖에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4:3 화면비는 감독이 다큐멘터리 연출을 했을 때부터 이어진 방식이다. 당시에는 제한된 촬영 환경에 대처하는 방편이었으나, 이제는 작품 전체의 미학을 극대화하고 있다.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은 줄라와 빅토르의 이야기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 묵직한 물음표를 던지며 “올해 최고의 영화”(Sunday Independent), “완벽한 사랑 영화”(The Economist), “황홀한 체험”(The Guardian), “마스터피스”(Ben Film Talk) 등 유수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2월 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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