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은 영화 속에선 가능하다. 심지어 주인공은 특정 시간대로 되돌아가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소스 코드>, <어바웃 타임>, <엣지 오브 투모로우> 같은 타임루프 영화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2017년 개봉된 <해피 데스데이> 역시 그 연장 선상에서 제작비 대비 25배 이상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토르: 라그나로크>를 제치고 개봉 2주 차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생일에 연쇄살인마에게 살해당한 주인공이 그 날로 돌아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설정은, 뻔한 오락영화에 염증을 느낀 신세대 관객을 완벽하게 사로잡으며 공포영화의 장르적 쾌감까지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뒤를 이은 <해피 데스데이 2 유>는 전편에 이어 다시 끔찍한 생일로 돌아가게 된 트리(제시카 로테)와 ‘베이비’ 마스크를 쓴 살인마의 업그레이드 된 한판 승부가 펼쳐진다.

베이비의 정체가 룸메이트 ‘로리’임을 알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트리는, 악몽 같았던 생일로 다시 돌아가 또 다른 베이비에 맞서게 된다.

이번에는 살인마와의 싸움을 즐기기까지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전편을 뛰어넘는 재미를 더한다. 타임루프 영화만의 독특한 매력도 여전하다. 1편에 등장했던 모든 장면들을 동일하게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는 토비 올리버 촬영 감독은 촬영뿐만 아니라 대사 없이 서 있는 엑스트라 배우의 의상에도 주의를 기울이며 완벽을 기했다.

전편이 지난날의 행동을 반성하는 인물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영화는 반복되는 죽음 속에서 순간의 선택이 훗날 얼마나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인가에 역점을 두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타임루프를 벗어나려는 트리는 이번에도 걸크러쉬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살인마와의 게임에서 규칙을 파악한 트리의 각종 액션이 볼거리. 카 체이싱은 물론 고공점프를 하고 살인마에게 거침없이 총구를 겨누는 모습 등이 반복되는 ‘그 날’을 지루할 틈 없게 한다.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트리 역의 제시카 로테는 이 한편으로 호러퀸으로 거듭났다. <라라랜드>에서 엠마 스톤의 친구로 등장했던 그녀는, <해피 데스데이>로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다.

공포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코믹한 장면이 기막힌 조화를 이루는 건 이 영화만의 미덕이다. ‘호러테이닝 무비’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이 전편에 이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공포심과 웃음을 유발하는 것은 매우 비슷하다. 포인트를 찾아내 그 사이를 적절히 오가는 법칙만 제대로 지킨다면 관객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라고 밝혔다.

2월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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