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앤드루 윌슨 | 번역 성소희 | 608쪽 | 값 25,000원 | 을유문화사

전위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의상으로 ‘천재’라 불린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평전.

알렉산더 맥퀸은 불우한 가정에서 성장했으나, 타고난 미적 감각과 패션에 대한 열정으로 스물일곱에 지방시의 총괄 디자이너를 맡았다. 이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올해의 영국 디자이너’로 네 차례나 선정됐으며, 2003년에는 대영제국 3등 훈장을 받았다.

패션계의 전설로 불렸으나, 그는 불혹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각종 매체는 원인을 우울증이라고 보도했다. 항상 최고의 컬렉션을 선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무명 시절 자신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이사벨라 블로의 자살과 에이즈 판정으로 나락에 빠진 그는,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저자는 맥퀸의 출생부터 사망까지 시간의 흐름을 따라간다. 그의 작품에 얽힌 사회ㆍ문화적 맥락도 두루 살핀다. 그가 성소수자로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디자인의 영감을 어디서 얻었는지 등도 모두 담았다. 단순히 호기심만을 충족시키는 이야기가 아닌, 맥퀸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바탕이 됐다.

「가디언」, 「옵서버」의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던 이력답게, 저자는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정리하고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했다. 맥퀸의 가족은 물론 학창 시절 친구, 패션계 동료, 동성 연인의 증언이 뒷받침됐다. 맥퀸의 각 컬렉션에 얽힌 뒷이야기와 그가 어린 시절 당한 성적 학대 등을 철저히 중립적인 위치에서 써 내려갔다. 맥퀸의 마약중독과 폭력적인 성향이 가감 없이 드러나며, 패션쇼를 둘러싼 찬사와 비판도 균형을 이룬다. 신화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맥퀸을 읽을 수 있는 이유다.

책 속에는 도판 마흔일곱 장이 실렸다. 어린 맥퀸의 모습부터 그의 런웨이에 선 모델들 - 케이트 모스, 카를라 브루니 등 - 과 그가 영면한 스카이섬에 이르기까지 시각적인 만족을 준다. 그중 패션쇼의 생생한 현장이 담긴 컬러 도판 열두 장은 단연 하이라이트다.

그에게 영감을 준 예술 작품은 히치콕 감독의 <새>, 사드 후작의 《소돔의 120일》, 폴 들라로슈의 명화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처형」 등이다. 범상치 않은 패션 세계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또한 그는 어린 시절 매형에게 받은 성적 학대로 인해 강인한 여성을 강조한 옷을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자신의 상처와 광기를 끌어내 수많은 패션피플을 매혹한 그는 “내 작품 속 분노는 사생활에 깃든 고뇌를 반영했다. 내 작품은 나의 전기와 같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저자 소개_ 앤드루 윌슨

1967년 영국에서 태어나 작가 겸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왔다. 『아름다운 그림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생애』로 2003년 램더 문학상, 2004년 에드거 상을 받았다. 이후 『타이타닉의 그림자: 살아남은 이들의 믿지 못할 이야기』, 『미친 여자의 사랑 노래: 실비아 플래스와 테드를 만나기 이전의 삶』, 소설 『거짓말하는 혀』 등을 집필했다. 저널리스트로서 「가디언」, 「데일리 메일」, 「데일리 텔레그래프」, 「옵서버」 등에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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