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정민 부회장

경기도치과의사회 부회장을 맡은 지 2년 정도의 기간이 흘렀다. 협회나 지부에서 일을 하게 되리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가 얼떨결에 회무를 맡았고, 참으로 다사다난한 2년을 보내었다. 협회장 선거가 직선제로 바뀌면서 여성 치과의사의 여론이 비중 있게 다루어지기 시작하고, 대한여자치과의사회의 일원으로 주장해온 여성치과의사의 회무참여 확대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었다.

여성치과의사들은 사회적으로는 우아한 전문직업인으로 인식되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우아한 백조가 물속에서 엄청나게 발을 움직여 헤엄치고 있는 것처럼. 매일의 진료는 남성들도 직업병을 얻을 정도로 견디기 힘든 육체적인 노동이고, 원장으로서는 세무 노무 기계관리 직원 관리 등등 전천후 만능의 능력을 요구받는다. 게다가 요즘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탓인지 전보다 진료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거나 원장에게 위협적인 언행을 하는 환자들이 많아져서 여성이 대부분인 치과의 근무환경으로 보면 여성원장의 안전에 대한 부담은 더욱 심각하다. 기혼인 경우는 이에 더해서 아예 퇴근길이 제2의 출근길이라고 할 정도로, 이중 삼중의 격무를 소화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회원들의 고충과 아픔이 있는 곳에 회무가 있어야 하고, 현재의 비루한 현실을 건강하고 성숙하게 바꿔나가는 비전을 치과의사회에서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본다면 여성치과의사를 위한 사업의 필요는 상존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치과의사를 위한 사업은 어떤 것이 있을까? 대한여자치과의사회는 풀뿌리 간담회를 개최하여 전국의 여러 지부와 지회의 여성 임원들이 참석하는 워크샵을 개최하였다. 여기에서 많은 경험과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여러 지부 또한 여성회원들을 위한 문화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었다. 각박한 일상을 사는 여성회원들에게 잠시 쉴 틈을 내어주고, 또다시 전쟁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주는! 그것은 초청강연이거나 음악회나 미술전시에 대한 바우처 제공, 셰프에게 요리를 배우는 작은 모임, 토크 콘서트 등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여성회원들을 위한 아카데미를 개최하는 지부도 있었다. 세무, 노무, 장비 관련 지식, 인간관계를 고민할 수 있는 인문학 등의 커리큘럼을 소화하고, 동영상을 만들어서 해당 지부의 전체 회원과 공유하기도 하였다. 여성회원의 젠더관련 고충을 접수하고 해결하는 성평등 지원센터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센터에는 남성회원들도 의문 사항이나 궁금증을 물어보거나 교육자료를 지원받을 수도 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성회원만 이런 사업의 대상이 되다니, 오히려 역차별이 아닌가”라고. 어떤 사회나 조직이 얼마나 성숙하고 격이 높은가를 보려면 소외되어 있는 집단이 어떻게 대우받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같은 회비를 내지만 보수교육만 겨우 참석할 수 있고 반모임 한 번 참석하기 힘든 여성회원이나 늦게 치과계에 합류하여 높은 생존경쟁의 벽을 느끼고 있는 후배 청년회원들에게 조금 더 무게중심을 두는 일이 과연 역차별로 비난받을 일인지, 동시에 이러한 비난이 치과계의 성숙도와 격을 높이는 일인지 묻고 싶다.

다양한 여성회원 사업을 하는 지부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여성회원이 지부 임원이나 지회 임원으로 많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여성의 이해와 요구를 남성이 대변하기는 어려우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여성회원들의 회무참여를 위해 공을 들이고 노력을 다할 때, 여성회원 사업을 위한 예산이나 인력배치에 대해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의 경기도치과의사회 사업에서 많은 여성 동료들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한정된 예산이지만 여성이어서 행복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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