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개봉돼 전 세계적으로 1조 1,3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이 실사영화로 리메이크됐다. 최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 90년대를 평정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실사로 제작되면서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 가운데, <라이온 킹>은 그야말로 ‘왕의 귀환’을 알린다.

프라이드 랜드의 어린 후계자인 심바는 삼촌 스카의 계략으로 아버지를 잃고 추방당한 후, 죽을 고비를 넘기고 새 친구들을 만나 성장한다. 어느 날 그의 앞에 어린 시절 친구 날라가 찾아와, 스카와 하이에나 무리가 왕국을 장악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심바는 지난날의 상처를 뒤로하고 프라이드 랜드로 돌아가 왕좌를 되찾기 위해 스카에게 맞선다.

작은 벌레에서부터 혹멧돼지, 미어캣, 사자 등 실사로 구현된 이 영화에서 어색함은 찾아볼 수 없다. 진일보한 헐리우드의 기술력이 ‘스토리를 입힌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언 맨>으로 단숨에 흥행감독 반열에 오른 존 파브로는 이미 <정글북>(2016)에서 실사영화의 진면목을 드러내며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후 그는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에서 영감을 얻어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최첨단 기술로 재탄생시킨” <라이온 킹>을 다시 만들기로 결심한다.

원작을 그대로 옮긴 서사가 흐트러짐 없이 시각효과와 맞아떨어질 수 있었던 건 기술 이전에 사전 조사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동물의 행동과 습성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디즈니 애니멀킹덤(DAK) 동물과학부의 도움을 받아 플로리다에 위치한 테마파크에서 영화에 등장하는 동물의 75%를 촬영했다. 동물 외에도 식물의 종류, 바위 색깔, 일출과 일몰까지 “영화의 모든 것이 사실성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는 감독의 주문에 따라 아프리카로 가서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된 ‘프라이드 록’의 자연환경을 관찰했다. 특히 이들이 이동 중 발견한 케냐의 ‘마사이마라’는 최적의 장소가 됐다. <정글북>에 이어 제작진으로 참여한 애덤 발데즈는 “우리는 캐릭터들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표현하고자 새벽부터 해 질 무렵까지 동물들을 관찰했다”라고 밝혔다. 당시 제작진이 1,000kg이 넘는 카메라 장비로 촬영한 사진만 12.3TB가 넘는다. 여기에 실사영화 제작 기법과 최첨단 가상현실 기술, 혁신적인 포토리얼 CGI(컴퓨터 그래픽 이미지) 효과가 더해져 털 한 올의 움직임까지 살아있는 작품이 완성됐다. 때문에 어린 심바가 벌레를 잡으려는 동작이나 아버지 무파사와 뒤엉켜 장난치는 모습 등 동물들의 모든 움직임이 실제 같아서 대사가 필요 없다고 느껴질 정도다.

△ (왼쪽) 왕 무파사는 자신의 뒤를 이을 어린 심바(오른쪽)에게 “진정한 왕은 모두가 빼앗으려 할 때 베풀 줄 알아야 한다”라고 가르친다.

영화는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도 사로잡는다.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가 원작에 이어 자연의 위대함을 담은 오리지널 스코어의 진수를 들려준다.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한다. 특히 원작에서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 역을 맡았던 제임스 얼 존스는 25년 만에 같은 역으로 돌아와 대체 불가능한 ‘제왕’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스카 역의 치웨텔 에지오포 역시 전미 비평가 협회 남우주연상 수상자다운 연기로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원작이 엄청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동물들의 모험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는 용기, 우정, 사랑 등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일깨웠기 때문이다. 경이로운 특수효과를 넘어서는 리메이크작의 감동도 여기에 있다. 심바의 성장기는 철없던 시절을 지나 정글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7월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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