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렇게 산다] 1) 민봉기 민플러스치과 원장

진료는 프로답게, 여가 생활은 그 누구보다 멋지고 신나게!
낮에는 하얀 가운을 입고 환자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는 치과의사로, 퇴근 후 병원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나만의 인생’을 제대로 즐기는 이들이 바로 여기 있다. 색다른 취미로 인생을 맛깔나게 살고 있는 치과의사들을 만났다.

민봉기 민플러스 치과의원 원장

건담 프라모델(‘플라스틱 모델’의 일본식 줄임말로, 플라스틱으로 된 조립식 모형 장난감) 제작기로 유명세를 타 현재 5만 2천 여 명의 회원 수를 자랑하는 다음 카페 ‘민봉기의 건프라월드’의 수장, 민봉기 원장(민플러스 치과의원)을 만나기 위해 민플러스치과를 찾았다. 인터뷰를 위해 들어선 세미나실은 프라모델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하나하나 민 원장의 손길이 닿은 정성어린 예술작품이 단번에 눈을 사로잡았다.

민플러스치과 세미나실에 전시된 민봉기 원장의 작품들

치과의사는 ‘손을 쉬어서는 안 된다’는 소신으로 시작

“2003년에 강원도 삼척에서 공보의로 생활했는데, 삼척 내에서도 깊은 산골 이다보니 하루에 진료하는 환자 수가 적었죠. 섬세한 손놀림이 중요한 치과의사 직업상 손을 쉬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린 시절 재미삼아 한 두 개씩 만들었던 프라모델이 떠올랐어요.”

의사로서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시작한 건담 프라모델 제작. 노련한 손기술과 꼼꼼함, 그리고 민 원장의 미적 감각이 더해진 작품이 하나 둘씩 완성됐다. 당시엔 다수와 소통할 수 있는 SNS 채널이 전무했기에 민 원장은 온라인 모형 쇼핑몰 서비스 '전자앨범' 갤러리에 완성작과 제작기를 일기처럼 기록했다. 높은 완성도와 더불어 상세한 프라모델 제작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고, 민 원장의 제작 실력도 나날이 늘었다.

건담 프라모델 제작에 몰두한 지 2년, ‘무려 1년 동안 공들여 만들었다’는 그의 작품은 2005년 반다이 코리아가 주최한 국내 콘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일본 반다이사가 홍콩에서 개최한 바카크 글로벌 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4위를 거머쥐었다. ‘프로 프라모델러’로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일본 반다이사에서 주최한 글로벌 대회에서 받은 수상 트로피<사진 좌>와 수상작<사진 우>

“수상 이후 여러 언론사의 인터뷰에 응했고, 프라모델 마니아들의 입소문과 지지 덕분에 전자앨범이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됐어요. 프라모델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자 다음카페를 개설했죠.”

프라모델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제작 노하우를 전수하고 취미를 공유하고 싶었다는 민 원장. 그는 다음 카페 ‘민봉기의 건프라월드’에서 20명의 운영진과 함께 프라모델 제작 강의를 올리고 회원들과 활발하게 소통한다. 또 카페 운영을 통해 의미 있는 나눔도 실천하고 있다.

“매년 주최하는 프라모델 전시회에서 자선모금 행사를 해요. 모금된 전액은 고아원에 전달할 장난감과 학용품을 구입하는 데 씁니다.”

세대를 넘나드는 놀이문화…왁자지껄 모여 만드는 프라모델의 매력

프라모델 제작의 초고수 자리에 오른 민 원장. 그가 느끼는 프라모델의 진정한 매력은 무엇일까.

“프라모델은 내가 머릿속에 그린 디자인을 표현하고 만들고 칠하고, 하나의 조형물을 창조하는 과정이에요. 거창하게 얘기하면 종합예술이고, 가볍게 보면 세대를 넘나들어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의 하나인 매개체죠. 세대를 막론하고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건전하고 좋은 취미에요.”

‘나이를 불문하고 프라모델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 마냥 즐겁다’는 민 원장. 이처럼 사람 좋아하는 그는 프라모델을 만들 때도 혼자보다 여럿이 모인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즐긴다.

“일반적으로 프라모델은 혼자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들어요. 하지만 저는 여럿이 모여 웃고 떠들며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이 좋아요. 프라모델에 대해 이야기하며 밤을 새고 함께 작품을 만들다 보면 나이 차이는 느껴지지 않아요.”

친화력 있는 성격에 프라모델 이라는 공통분모까지 더해지니, 10살 이상의 나이 차가 무색하게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술친구’도 있다.

“다음 카페 회원은 초등학생부터 40·50대까지 연령대가 아주 다양해요. 물론 운영진도요. 2003년 카페 오픈 당시 중학생이었던 일반회원 3~4명이 있었는데, 이들이 어느덧 어엿한 성인이 되고 운영진으로 활동하게 됐죠. 십여 년 전만해도 제게 아저씨라 불렀는데, 이제는 형, 동생 하며 소주 한잔 기울이는 좋은 친구죠.”

민 원장이 프라모델의 세계에 발을 들인지, 또 지금의 운영진과 인연을 맺은 지도 어언 15년째. 그는 이제 후배양성과 더불어 굵직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국내 프라모델 시장의 성장을 위해 물심양면 노력하고 있다.

“15년 전만해도 프라모델을 단순히 장난감으로만 보는 시선이 대부분이었고, 제작자들 역시 음지에서 활동했어요. 지금의 기반을 다진 것만 해도 뿌듯합니다. 앞으로 ‘로보카 폴리’와 같은 한국 캐릭터 제품이 보다 다양해 졌으면 좋겠고, 나아가 국내 프라모델 시장이 양적·질적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민봉기의 건프라월드 http://cafe.daum.net/gunplaworld

민봉기 원장이 제작한 프라모델 작품들. 출처=다음 카페 민봉기의 건프라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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