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ㆍ사진 김광일 | 296쪽 | 값 15,000원 | 이담북스

“느낌이 왔다. 휴가 기간 동안 철저하게 혼자이고 싶었고, 먼 나라 쿠바라면 막연하지만 적격일 것 같았다. 삶의 다양한 관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책임감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었다. 좋은 기자, 좋은 선후배, 좋은 아들, 좋은 오빠, 좋은 애인,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입었던 겉옷을 몽땅 벗어 버리고서. 조금 고되더라도 그런 곳에서 해방감을 맛보고 싶었다. 철딱서니 없이 살아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을 곳, 쿠바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_본문 중에서

그렇게 떠난 여행이었지만 저자의 여행은 생각보다 험난하다. 길을 알려 준 행인은 돈을 요구하고, 인종차별을 당하기도 하며, 숙소 주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바가지를 씌운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발이 묶이기도 여러 번. 준비 없이 떠난 여행은 난감함의 연속이다.

인생이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듯, 철저하게 혼자가 되고 싶던 처음의 목표도 어느새 희미해진다. 모든 관계에 염증은 느꼈던 저자는 낯선 곳에서 소중한 인연을 만나며 진정한 회복을 경험한다. 그 과정 속에 그의 여행기는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돌아보는 것을 넘어, 매력적인 사람들과의 이야기로 변한다. 쿠바까지 오게 된 사연은 천차만별이지만, 여행자라는 동질감으로 그들은 어느새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저자는 일행과 아바나, 플라야 히론, 트리니다드, 산타클라라, 바라데로 등 쿠바의 유명지를 찾아 한국에서는 쉽사리 해보지 못했던 레게머리, 살사 댄스 등에 도전한다. 그가 300여만 원으로 2주 동안 겪었던 56가지 ‘사서 고생한’ 이야기 속에 쿠바의 매력이 자연스레 녹아 있다.

저자 소개_ 김광일

CBS노컷뉴스 정치부 기자. ‘13세 지적장애아 하은이 성매매 판결’, ‘구의역 사고 배후 메피아 추적’, ‘마포 정신장애 사망사건’ 등 연속 보도로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노근리평화상, 국가인권위 인권보도상, 한국기자협회 ‘이달의기자상’ 등을 수상했다. 사회부에서는 사건팀 부팀장을 맡아 사건ㆍ사고ㆍ노동ㆍ환경ㆍ젠더ㆍ장애 등 인권 이슈를 주로 취재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와 화해치유재단을 끈질기게 짚었으며, 베트남 전쟁 한국군 민간인학살을 전하기 위해 현지를 누볐다. 중국 내륙에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광복군을, 헝가리에서는 허블레아니호 유람선 침몰사고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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