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ㆍ그림 이디스 홀든 | 번역 황주영 | 200쪽 | 값 22,000원 | 키라북스

영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나고 자란 여인의 일기가 50년 만에 세상의 빛을 봤다. 1977년에 출간되자마자 영국 선데이타임스에서 63주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1백만 부가 넘게 판매됐으며, 2015년에는 ‘지난 40년간 가장 많이 팔린 책’ 4위로 선정됐다. 전 세계 13개국에서 출간됐으나, 국내에는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이디스 홀든의 자연 관찰 일기다.

저자는 영국 버밍햄의 올턴(Olton)에서 사는 동안, 1905년부터 1906년까지 계절의 변화를 종이에 옮겼다. 글뿐만 아니라 정교한 수채화로 동물과 식물, 곤충의 모습을 관찰하여 그렸다. 1월에는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은빛 서리에 감탄하고, 3월에는 개똥지빠귀가 둥지를 발견하는 모습에 기뻐한다. 5월에는 들판에 만개한 블루벨이, 8월에는 덤불에 달린 열매가 익어간다.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하루하루는 120여 점의 단아하고 섬세한 수채화와 간결하게 적어 내려간 일기로 남았다. 수많은 식물과 새의 라틴어 학명까지 정리한 해박한 지식은 감탄을 자아낸다. 자연과 밀접한 삶을 살며 이를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관찰자의 눈으로 매일 숲속에서 동식물의 변화를 기록한 저자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달마다 워즈워스, 브라우닝, 바이런 등과 같은 19세기 시인들의 시를 적절하게 인용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자연을 향한 애정어린 시선이 돋보이는 수채화는 역시 동시대 여성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했던 베아트릭스 포터의 작품과도 닮았다.

저자는 1920년 3월 16일, 밤나무 꽃봉오리 가지에 손을 뻗으려다 템스강에 빠져 사망했다. 이후 그녀의 일기는 가족에게 상속됐다가, 어느 날 우연히 조카 손녀가 이를 읽고 매료된 나머지 출간으로 이어지게 됐다. 생전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여러 책에 삽화를 실었으나, 자신의 이름을 건 작품이 사후에서야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는 사실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저자 소개_ 이디스 홀든(Edith B. Holden)

1871년 영국 우스터셔 킹스노턴에서 염료 제조업자의 딸로 태어났다.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버밍엄미술학교를 졸업하고 아동문학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으며, 1906년부터 1909년까지 솔리헐여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쳤다. 1909년 런던으로 이주했고, 2년 뒤 조각가 어니스트 스미스와 결혼해 첼시에 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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