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치, 보건의료인 400인 선언문 발표하고 정부에 기후 위기 대책 수립 촉구

기후 변화는 전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유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총회에서 세계 각국의 과학자 수백 명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해야 인류 피해와 재앙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자본주의 산업화 이래로 이미 지구 온도는 약 1℃ 상승했다. 더 이상의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의 절반을 줄이고, 2050년까지 배출 순 제로(0)를 달성해야 한다. 또한 과학자들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온도 상승 마지노선인 1.5℃까지 인간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기간은 “약 10년 정도 뿐”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는 ‘멸종 저항’, ‘기후 학교 파업’ 시위 등 저항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전 세계 수백만 명이 각국 지도자들과 온실가스 배출 기업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올 예정이다.

이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대표 홍수연ㆍ김기현, 이하 건치)도 지난 19일, 보건의료인 선언자 일동 400명이 정부에 기후 위기 대책을 촉구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치과의사 73명도 함께 했다.

선언문을 통해 보건의료인들은 전 세계적 저항 행동에 동참할 것을 선언했다. “기후 변화가 우리 모두의 생존과 건강을 위협하도록 방치한다면 보건의료인의 성과가 무(無)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기후 위기는 건강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기온 상승은 일사병과 열사병, 열 실신, 열경련, 열탈진 등 온열 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고온에 장기간 노출 시 심혈관계, 신장, 호흡기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온실가스 상승은 비단 폭염뿐만 아니라 예기치 못한 한파나 홍수, 태풍, 폭우, 폭설 등 자연재해의 원인이 되고 이는 심각한 질병과 부상,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보건의료인 측은 “지난 2000년에서 2013년 사이에 이러한 극단적 기후 변화가 46%나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기후 변화는 대기오염을 악화시키는 주원인이다. 최근 고농도 미세먼지와 지층 오존 등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더해 기후변화가 일으킨 대기 정체가 원인이다.

화석연료 자체는 온실가스인 동시에 대기오염물질이다. 매년 전 세계 700만 명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사망한다. 대기오염은 전 세계 비전염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두 번째 주요 원인이다.

이 밖에도 해충이 옮기는 쓰쓰가무시병, 말라리아, 뎅기열 등 벡터 매개 감염의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발병 양상을 변화시킨다.

보건의료인 측은 “이렇듯 기후 변화가 인류 건강과 생존에 명백히 위협을 가하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각국 정부가 뚜렷한 행동에 나서지 않은 이유는 온실가스를 감축할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라며 “화석연료를 생산ㆍ소비해 막대한 이윤을 내는 기업들은 에너지 전환을 원치 않으며, 그들의 후원을 받는 트럼프 같은 정치인들은 아예 기후 변화를 부정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 많은 국가의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화석연료보다 낮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알려졌다. 기후 변화를 주도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과 제조업 생산방식 규제 등을 강제할 전 세계적인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보건의료인 측은 특히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며 “정부가 기후 위기 비상을 선언하고, 1.5℃ 목표 달성을 위한 실질적 배출제로 목표를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세계 7위이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 중 하나다. 그럼에도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하여 ‘기후악당 국가’라는 오명을 썼다. 배출제로를 위해서는 “기존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계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결코 핵발전(원자력발전) 같은 위험천만한 생산방식을 대안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는 21일, 전 지구적 기후 파업의 일환인 기후 위기 비상 행동에 참여할 것”이라며 기후 위기가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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