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율리아네 쾨프케 | 번역 김효정 | 336쪽 | 값 15,000원 | 흐름출판

“내게 그곳은 결코 ‘녹색 지옥’이 아니었다. 3000미터 상공에서 아래로 떨어졌을 때 내 목숨을 구한 것도 바로 숲이었다. 낙하하는 나를 받쳐준 나뭇가지와 나뭇잎, 덤불이 없었다면 나는 땅에 떨어지는 순간의 충격을 못 이기고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숲은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야생에서 문명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도록 나를 도와주었다” _ 본문 중에서

1971년 크리스마스이브, 승객 92명이 탑승한 비행기가 페루의 한 밀림에 추락한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17살 소녀는 이곳에서 안간힘을 다해 이동한 끝에 11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다. 이후 소녀는 생물학자였던 부모의 뒤를 이어 동물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떨어졌던 팡구아나 밀림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치고 있다. 저자 율리아네 쾨프케의 이야기다.

부모를 따라 어린 시절 정글을 체험했던 덕분에 율리아네는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체득하고 있었다. 그녀는 당시 만난 수많은 동물과 벌레를 두고 “자신이 살아남게 도와준 밀림의 친구들”이라고 말한다.

11일간의 여정과 그 이후의 삶은 한 인간의 의지와 노력이 과연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생환 후 전 세계적으로 희망의 아이콘이 됐으나, 언론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다시피 했으며 대중은 그녀를 가십거리로 소비했다. 유족들의 원망 섞인 눈초리를 감당하는 것 또한 오로지 그녀의 몫이었다. 추락 당시 그녀는 생존자를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음에도, 그들을 외면하고 달아났다는 거짓 기사에 시달려야 했다.

이후 율리아네가 40년 만에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글로 옮길 수 있게 된 건 <희망의 날개>라는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면서다. 그녀는 독일 거장 영화감독인 베르네 헤어조크와의 작업으로 용기를 얻은 동시에 “이제야 비로소 당시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쓸 수 있는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라고 고백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자책과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난 한 여성의 성장기이자,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팡구아나 밀림을 지키기 위한 한 동물학자의 분투기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_ 율리아네 쾨프케

1954년 10월 10일생. 독일계 페루인으로, 어린 시절 생물학자였던 부모와 페루 다우림 근처에서 생활하며 생태 지식을 습득했다. 동물학자가 된 이후에는 자신이 추락했던 곳이자 정신적 고향인 팡구아나를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2011년 발표한 《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원제 : When I Fell From The Sky)는 독일과 미국에서 거의 동시에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미국에서는 지금도 관련 분야 베스트에 올라있다. 미드 <왕좌의 게임> 주연 소피 터너가 영화화 판권을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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