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이유는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그들의 용기 때문이다. 영화 <와일드 로즈> 역시 그런 ‘용기’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주인공 로즈(제시 버클리)가 막 출소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로즈의 꿈은 세계적인 컨트리 가수가 되는 것이지만, 현실은 순간의 실수로 전과자 꼬리표가 붙은 두 아이의 엄마다. 그녀는 감옥에 가기 전 노래했던 클럽에서 일자리를 되찾지 못하고 청소부로 취직한다. 아이들과의 관계 회복이나 생계에 대한 걱정보다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건 음악이다. 손주들을 대신 돌봐 준 어머니 마리온(줄리 월터스)은 딸에게 재능이 있음을 알면서도, 꿈만을 좇다가 당면한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도록 충고한다.

주인공이 순식간에 스타로 급부상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여기에 없다. 가까스로 기회가 찾아왔다고 느낀 순간, 마치 한계를 시험하려는 듯 불운이 뒤따르는 지극히 현실적인 전개가 있다. 로즈는 고용주인 수잔나의 도움으로 BBC 방송국의 컨트리 음악방송 전문가인 밥 해리스를 만나러 런던으로 향하던 중, 가방을 도둑맞아 아무것도 없이 방송국으로 전력 질주한다. 방송에 출연해 스타가 되는 뻔한 설정 대신, 밥은 컨트리 가수를 꿈꾼다면서도 자작곡 하나 없이 출신을 한탄하는 그녀에게 이렇게 묻는다. “어디서 태어났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이 진정으로 노래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그녀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꿈으로 향하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해 과거를 숨긴다. 이로 인해 또 다른 기회를 잡는 듯하지만, 결국 그녀는 죄책감을 느끼고 진실을 털어놓는다.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며 로즈는 비로소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한다. “책임감과 꿈은 분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관객에게 전하고 싶다”는 톰 후퍼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단순히 가수만을 꿈꾸는 한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노래로 승화시킨 어느 싱어송라이터의 탄생기다.

제시 버클리는 실제로 2008년 BBC 오디션 프로그램 <I'd Do Anything>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실력파다. 배우로 전향해 연극무대와 TV를 오가며 연기 경험을 쌓은 후, <비스트>(2018)로 스크린에 데뷔한 첫해에 런던 비평가 협회상을 포함한 다수 영화제에서 신인상과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와일드 로즈>에서 그녀는 로즈 역을 위해 태어난 듯 빼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을 선보인다.

영화는 가수 지망생의 도전기인 동시에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로즈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그녀가 꿈 앞에 주춤하는 모습에 가슴 아파하는 어머니 마리온은 서사를 든든히 받치는 존재다.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인 줄리 월터스는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2001년 작 <빌리 엘리어트>에서도 발레리노가 되고 싶어 하는 광부의 아들 빌리에게 용기를 주는 발레 교사를 연기해 제5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제7회 미국 배우 조합상 여우조연상, 제21회 런던 비평가 협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컨트리 음악은 국내 관객에게 덜 친숙한 음악 장르이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은 선율을 타고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운드트랙은 컨트리 장르의 전설적 뮤지션 닐 맥콜을 비롯해 유명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특히 영화 마지막을 장식하는 로즈의 자작곡은 제시 버클리가 직접 참여해 캐릭터의 진정성을 더했다. 로즈가 자신의 고향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담은 「Glasgow」(No Place Like Home)은 영화 속 로즈의 고백처럼 “코드 세 개로 진실을 노래하는” 컨트리 음악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10월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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