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개최된 대한심신치의학회 특강

지난 주말에는 치협 회관에서 ‘치과의사윤리와 치과의료분쟁의 예방과 대책’이라는 강의와 함께 윤리의 정의, 건강한 사람이 되자, 무위자연을 실천하자, 자아를 구현하자, 나만의 브랜드 만들기, 히포크라테스 선서 등의 내용을 담은 귀한 강의를 들었다. 설명의 의무, 차트기록의 중요성, 각종 동의서 작성, 의료분쟁 및 의료소송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과 의료인으로서 윤리의 중요성 등등...

다음날인 20일에는 ‘환자도, 우리도 힐링이 필요해’라는 주제로 대한심신치의학회 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우리 치과의사들이 직면한 여러 면에서의 힘겨움과 치과에서 근무하는 치과계 가족들의 감정노동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다. 의과계에서도 비급여 진료를 주로 하는 진료과목에서 근무하는 종사자들이 유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환자들은 왜 병이 생기는 것인지?, 치과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지?, 치과의사들은 왜 다른 의사들보다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것인지?, 치과의사들의 평균수명이 의사들 중에서 가장 짧다던데... 라는 화두로 시작된 강연을 통해서 환자를 위해서도, 우리 자신들을 위해서도 이제는 힐링이 필요한 때라는 제안이 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세대간 문화적 차이와 스트레스’라는 한성열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의 강의를 통해서 더 다양하고도 객관적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나’를 중심으로 하는 서구의 개인주의적 문화에서의 ‘스트레스’를 통한 접근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우리’라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우리 문화를 통해서 설명하고자 하였다.

강연자는 간단한 예화로 청강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였다. 남자친구로부터 받은 생일선물에 불만이 많은 여성을 예로 든다. 그 여성은 남자친구에게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선물을 알아서 준비해주기를 바란다고 한다. 남자친구와 나는 이미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알아주는 관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은데 대하여 ‘화’가 난다는 것이었다. ‘이심전심’과 부부의 ‘일심동체’라는 비유를 들어주었다.

치과의사를 포함한 치과종사자들이 힘든 것은 무엇일까? 서양에서 말하는 anger, 즉 ‘분노’와는 다른 우리 고유의 ‘화’와 가깝다고 한다. 내가 하는 일 자체보다는,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마음, 내가 기대했던 사회적 인정과 보상이 주어지지 않은데 대한 감정이라고 한다.

다만, 한국사회에서는 ‘화’를 풀기가 어려운데, 그 이유는 그 대상이 내가 화를 드러내기 어려운 가까운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중요한 ‘관계’가 끊어질 지도 모르는 두려운 상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한 ‘화’가 밖으로 표출되면 폭력으로, 안에서 나를 때리면 울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치과의사들의 ‘화’, 즉 감정이 힘든 문제를, 환자를 위하여 내 마음은 이러했는데, 환자들이 그것들을 알아주지 않는 상황, 그러한 ‘관계’의 몰락에서 오는 상실감으로 볼 수도 있다는 해석이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제시하였다.

치과종사자들도 그 ‘화’를 풀어야 하는데, 환자에게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 동료들끼리 서로 들어주고 격려해주는 방법을 먼저 제안하였다. 즉 심리치료의 집단상담과 같이 그 대상을 임의로 정해서 하고 싶은 말이나 섭섭함을 시원하게 털어놓으면, 실제 당사자에게는 격한 감정이 줄어들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환자들과의 더욱 깊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는 강연자 본인의 치과진료 경험을 통해서 환자 입장에서의 어려움을 예로 들었다. 초등학교 시절 치과의사에 대한 두려움의 상처와 입안에서의 기계소리 등에 대한 무서움 때문에 오십대가 넘어서야 방문한 환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프면 손 들라는 설명에도 체면상 차마 손을 들지 못하는 심정, 대학병원에서 전공의에게 꾸지람을 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 환자의 심정, 임플란트를 9개나 치료받은 환자의 입장에서 결국 가장 크게 섭섭한 요인은 자신의 불안한 감정들에 대하여 치과종사자들의 공감이 부족했다는 내용이었다.

치과치료의 특성상 대부분의 진료과정이 의식하에서 이루어지며, 환자와 술자 양측의 주요 요구도가 다를 수 있고, 이로 인한 부적절한 ‘관계’ 아래에서 각종 분쟁이나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이는 곧 술자와 환자의 ‘관계’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한국사회에서, 한국의 독특한 관계문화를 통하여, 독창적인 방법으로 고민해야 할 것 같다는 내용으로 강의는 마무리되었다.

치의학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구강기능이 영원할 수 없다면, 환자의 불편감을 진정으로 공감해주는 방향이 어쩌면 가장 근원적인 해결책이 아닌가 생각해 본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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