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데이비드 린치ㆍ크리스틴 맥켄나 | 번역 윤철희 | 572쪽 | 값 29,000원 | 그책

“이미지와 사운드를 결합시키는 데이비드의 솜씨는 놀라운 수준입니다.” 엘름스는 말했다. “카일이 구타를 당한 이튿날 아침에 깨어나는 신이 있습니다. 관객이 보는 첫 이미지는 물웅덩이에 놓인 그의 얼굴 클로즈업이죠. 관객의 눈에 보이는 것은 흙과 물이 전부고, 관객의 귀에는 기묘하고도 반복적인 소리가 들립니다. 관객은 거기가 어디인지 감도 잡지 못하죠. 그러다가 카메라가 뒤로 빠지면 그가 벌목장에 있다는 게 보이고, 귀에 들리는 소리는 스프링클러가 계속 나뭇더미를 적시는 소리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 사운드는 황홀할 정도죠.(중략) 데이비드는 순전히 감각적인 바탕에서 여러 요소를 한데 어우르는 방식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는 사운드와 이미지가 서로를 활활 타오르게 만들 때까지 그것들을 갖고 노는 법을 잘 압니다.” _ 본문 중에서

데뷔작 <이레이저 헤드>(1977) 한 편으로 문제적 감독으로 떠오른 데이비드 린치는 이후 컬트를 비주류에서 주류로 옮겨오며 ‘컬트의 왕’으로 불린다. 그는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이어지는 미국영화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명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그의 수많은 작품은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극찬받았다. 그는 <엘리펀트 맨>(1980)으로 제53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한 8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광란의 사랑>으로 제43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90년대에는 스크린을 넘어 브라운관에서까지 컬트 바람을 몰고 왔다. 캐나다 국경과 인접한 작은 마을 트윈 픽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트윈 픽스> 시리즈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는 미국사회 집단 중에서도 중산층을 겨냥해, 그들의 무의식 속에 짓눌려 있는 악몽을 기괴한 상상력으로 영화화함으로써 아름다운 공포의 세계로 관객을 이끌었다.

‘감독’ 데이비드 린치의 작품은 어둡고 뒤틀린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인간’ 데이비드 린치는 그렇지 않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과 강박이 작품 속 기이하고 환상적인 이미지를 창조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은 분명하나, 그는 이런 증상이 자신을 좀먹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증상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은 후에는 삶을 더욱 밝고 풍부하게 바꾸었다. 이 덕분에 여러 차례 엎어질 위기를 극복하고 2001년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발표할 수 있었다. 그는 이 작품으로 제74회 아카데미시상식 감독상 후보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했다. 1979년부터 친분을 쌓아온 크리스틴 맥켄나와 함께 쓴 이 저서에서 그는 자신의 인생과 더불어 삶의 비법을 털어놓는다.

린치 감독의 주변 인물 인터뷰와 이에 대한 그의 회고로 이루어진 이 전기는 “특별한 방식으로 배우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스태프의 의견을 경청하며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의 이야기다. 이는 감독에게 필요한 자질만이 아니라 모든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_ 크리스틴 맥켄나 (데이비드 린치는 본문 소개로 생략)

평론가이자 저널리스트. 1977년부터 1998년까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글을 써왔다. 그녀가 쓴 기사와 평론은 『뉴욕 타임스』 『배너티 페어』 『워싱턴 포스트』 『롤링스톤』 등에 실렸다. 인터뷰 모음집을 비롯해 《페루스 갤러리: 출발할 곳》(The Ferus Gallery: A Place to Begin)을 발표했다.

저작권자 © 덴티스트 - DENT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