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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 전유경 기자
  • 승인 2019.11.14 17:51
  • 댓글 1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히틀러를 신봉하는 신나치주의자들의 증오범죄는 현재진행형이다. 독일에서는 ‘국가사회주의지하당(NSU)’을 자처한 신나치주의자 3명이 2000년부터 11년간 터키인, 그리스인 등 10명을 연쇄 살해했다. 이들의 증오범죄는 1990년대부터 있었다. ‘국가사회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이들은 정치적 사상 역시 ‘민족주의’라고 왜곡시킨다.

영화 <심판>은 신나치주의자들의 폭탄 테러로 남편과 아들을 잃은 한 독일 여성의 이야기다. 터키 혈통이라는 이유로 증오 범죄에 노출돼 있었던 파티 아킨 감독은 20년이 흐른 지금,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겼다. “90년대 희생자 중 한 명은 내 형의 지인이었고,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기에 더욱더 충격적이었다.” 아킨 감독의 말이다.

 

 

 

하루아침에 남편과 아들이 산산이 조각난 후, 주인공 카티아(다이앤 크루거)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현장에 폭탄이 설치됐을 것이라는 경찰의 말에, 카티아는 사건이 일어나던 날 남편의 사무실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돌아서던 여인을 떠올린다. 경찰은 신나치주의자의 범행일 것이라는 카티아의 말보다 남편의 과거를 문제 삼는다. 희생자에게 씌운 ‘이민자’ 또는 ‘전과자’라는 프레임은 진실을 가로막는다. 영화는 인종차별과 이민자들의 소외된 삶은 물론, 이민자와 가족을 이룬 독일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까지 아우른다. 이는 독일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감독은 남겨진 이의 슬픔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심리 스릴러 장르를 빌려 한 여인의 싸움을 긴장감 넘치게 그린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영화에서 2장 ‘정의’는 과연 세상에 정의가 존재하는가를 자문하게 한다. 카티아의 말대로 신나치주의자 부부가 체포되고 힘겨운 재판이 시작된다. 유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넘쳐남에도, 피고 측 변호사는 조작된 알리바이를 들어 이를 뒤집으려 한다. 오로지 승소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변호사, 아들의 범행을 낱낱이 증언하는 아버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아야 하는 주인공까지 법정 안 인간 군상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증거에 합리적 의심이 있을 때는 피고에게 유리하게 판결한다는 법에 따라 범인들은 자유의 몸이 된다. 카티아는 절망과 분노에 휩싸여 복수를 계획한다. 카티아가 범인들을 좇아 그리스로 이동하는 3장 ‘바다’에는 아마도 올해 개봉된 작품 중 가장 논쟁적이라 할 만한 결말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는 법이 범죄자의 편에 섰을 때 희생자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으며, 여기에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지 묻는다.

영화의 강력한 한 방은 결말에 있는 동시에, 배우 다이앤 크루거에게 있다. 25년 만에 모국어인 독일어로 연기를 펼친 그녀가 그리는 ‘어머니의 초상’은 동정심을 넘어 숭고함마저 느끼게 한다.

다이앤 크루거는 이 영화로 제70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다음과 같이 수상 소감을 밝혔다. “충격을 딛고 제자리를 찾아가려는 사람들과, 모든 것을 잃고 앞으로 나아가는 분들. 당신들은 혼자가 아닙니다.”

11월 14일 개봉.

 

전유경 기자  kda07@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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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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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주혁 2019-11-15 16:04:05

    기사를 읽고 눈물이 납니다
    날마다 반복되고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삶 속에서
    모처럼 성찰의 계기를 만들어주는
    특별한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이런 영화를 소개해주시고
    가슴으로 파고드는 글을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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