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우에하시 나호코 | 번역 매화책방지기 | 352쪽 | 값 13,800원 | 매화책방

“멀리서 짐승 떼가 들판을 헤치며 달려오고 있었다. 개들이 뭔가를 쫓고 있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참억새 사이에서 적갈색 짐승이 뛰쳐나왔다. 어린 여우가 깜짝 놀란 듯 사요를 쳐다보았다. 여우의 금빛 눈망울에는 공포와 초조… 그리고 불안이 뚜렷이 드러나 있었다. 사요는 저도 모르게 재빨리 양손으로 옷깃을 잡고 열어젖혔다. 그 순간 여우가 뛰어올랐다. 그리고 한 줄기 바람이 되어 사요의 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_ 본문 중에서

주술에 걸려 인간의 심부름꾼으로 살아가는 붉은 털 여우와 마음의 소리를 듣는 소녀의 이야기.

주인의 명령으로 사람을 해친 여우 ‘노비’는 사냥개들에게 쫓기던 중, 소녀 ‘사요’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사요는 자신의 능력으로 노비의 생각을 읽고 둘은 곧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된다.

제목 ‘여우피리’는 노비의 주인이자 주술사 ‘쿠나’가 노비를 마음대로 부릴 때 쓰는 물건이다. 쿠나는 유키국의 영주 모리타다를 섬기는 인물로, 옆 나라 하루나국 영주 하루모치에게 저주를 내려 하루모치의 부인을 죽게 한다. 모리타다 또한 아버지 대에 하루나국에 땅을 빼앗겼던 과거가 있다.

노비와 사요는 이 원한 맺힌 두 나라 간 다툼에 휘말리면서 서로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바람이 부는 참억새 들판, 기묘한 숲그림자 저택, 신비로운 매화나무 숲 등 서정적인 옛 일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들의 이야기는 ‘노마 아동문예상’,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추천작’으로 선정돼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일본에서 출간된 지 15년이 지난 지금도 청소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연령층에 사랑받고 있다.

저자 소개_ 우에하시 나호코

1962년 도쿄 출생. 작가이자 문화인류학자. 1989년 《정령의 나무》를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아동문학, 판타지, SF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2014년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했다. 2016년 《정령의 수호자》를 비롯한 ‘수호자’ 시리즈가 한국에 출간되면서 국내에서도 다수 독자에게 알려졌다. 현재 가와무라 학원 여자대학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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