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폭격이 반복되는 시리아의 도시 알레포. 내전으로 폐허가 된 이곳의 참상을 한 여인이 카메라에 담는다.

영화 <사마에게>는 아사드 독재정권에 대항해 마지막까지 선한 싸움을 계속했던 이들의 이야기다. 저널리스트를 꿈꾸었던 와드 알-카팁 감독은 알레포 대학 재학 당시부터 민주화 운동에 동참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시위 현장을 담기 시작한다.

와드 감독은 대학 때부터 친구이자 공습 희생자를 치료하던 의대생 ‘함자’와 결혼해 ‘사마’를 낳는다. 알레포에서 태어난 사마는 와드 감독 부부에게 유일한 희망이 된다.

영화는 와드 감독이 사마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다. 그녀는 내전으로 인한 비극을 기록함과 동시에 마지막 순간까지 알레포에 남을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사마에게 담담하게 들려준다. 그녀의 카메라는 독재정권에 무고하게 희생되는 시민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자유를 외쳤던 이들은 총살당한 채 강가에 버려지고, 집 앞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은 갑자기 날아온 폭탄을 맞고 목숨을 잃는다. 공습으로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사람들은 강제로 피난길에 오른다. 무너진 건물에서 사람을 구하기 위해 함자를 비롯한 의사들은 고군분투한다. 유일하게 남아있던 병원마저 정부군의 공격으로 파괴되자, 와드 부부는 남은 이들과 다시 병원을 세운다.

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이곳에 남은 이유는 사마에게 새로운 세상을 선물하겠다는 결심 때문이다. 함자는 폭격 속에서도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일에 몰두하고, 와드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알레포의 상황을 외부에 알리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정부군에 포위된 알레포에서 민간인 사상자는 점점 더 늘어간다. 시신을 채 수습하기도 전에 또 다른 부상자가 계속해서 실려 오면서 병원은 아수라장이 된다. 의사들은 죄 없는 ‘아이들’을 살리지 못했을 때 무력감과 분노를 느낀다. 그럼에도 생명은 태어난다. 폭격으로 의식을 잃은 산모에게서 제왕절개로 아기를 꺼내 숨을 쉬게 하는 장면은 절망 가운데에서도 기적이 일어남을 보여준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촬영뿐”이었다는 와드 감독은 2016년 12월, 알레포에서 대피하기 전까지 촬영을 계속했다. 이후 2년여의 시간 동안 그녀는 2011년부터 시작했던 기록을 되짚어 <사마에게>를 완성했다. 영상을 보는 일은 당시로 다시 돌아가는 것만큼 힘겨운 일이었으나, 그녀는 그것이 지나간 역사가 아니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녀의 용기 있는 기록은 제72회 칸 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제22회 영국독립영화상 작품상, 감독상, 다큐멘터리상, 편집상을 비롯해 전 세계 유수 영화제 60관왕을 차지했다.

“만약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볼 수 있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의 진실을 알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인간으로서 나는 그 희망을 붙잡을 수밖에 없다.” 와드 감독의 말이다. 그녀는 시리아의 의료 시설에 가해지는 폭격을 막기 위해 ‘Action For Sama’ 캠페인을 시작했다. ‘사마’는 하늘이란 뜻으로, 새가 지저귀며 태양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시리아의 하늘을 되찾고자 하는 와드 감독의 염원이 담긴 이름이다.

1월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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