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워터스>는 미국 최대 화학기업 듀폰을 상대로 3,535건에 달하는 집단 소송을 승리로 이끈 한 변호사의 이야기다. 롭 빌럿(마크 러팔로)은 자신을 찾아와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농장주 윌버 테넌트(빌 캠프)의 호소를 뿌리치지 못하고 현장을 찾아간다. 테넌트의 농지는 젖소 190마리의 무덤이 돼 있었고, 나머지 가축 역시 병들어 있다. 그는 롭에게 이 일이 듀폰사가 근처에 세운 매립지에서 독성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롭은 이전까지 듀폰 같은 화학기업을 변호하며 대형 로펌의 파트너 자리까지 올랐음에도, 테넌트가 준 증거 자료의 심각성을 깨닫고 상사를 설득해 조사를 시작한다. 손해배상으로 끝날 줄 알았던 사건은 파헤칠수록 그 피해가 가축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마침내 그는 듀폰이 배출한 독성물질이 인류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PFOA(Perfluorooctanoic acid)는 C8이라고도 하는 과불화 화합물의 일종이며 신장암, 고환암, 갑상선 질환, 자간전증, 궤양성 대장염 등을 유발한다. 물에 반발성이 있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용 탱크를 코팅하는 데 쓰였고, 이후에는 수많은 기업이 프라이팬, 콘택트렌즈, 유아 매트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데 썼다. 이미 인류의 99%는 이 물질에 중독 또는 노출돼 있다.

당시 듀폰은 PFOA가 들어 있는 테플론 프라이팬을 개발하여 엄청난 수익을 거두었으나 그 과정에서 직원들이 신체 이상을 호소하고, 암에 걸린 사실을 숨겼다. 위험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까지 PFOA는 미국환경보건국(EPA)에서 유해 물질로 분류되지 않았으며, 소수의 화학 전문가를 제외하고 용어조차 아는 사람이 없었다.

롭은 이런 독성물질이 자신의 가족뿐만 아니라 인류에 재앙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약자의 편에 선다. 그에게 부와 명예보다 중요한 건 생명의 존엄성이다. 한 사람의 신념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가. 영화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존 인물들의 증언과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당시 사실 전달에 충실함은 물론이다.

듀폰은 PFOA에 노출된 직원들을 ‘수용체’라고 부르면서, 대외적으로는 “화학은 인간을 위해 있다”며 이중성을 드러낸다. 롭이 테플론 공장에서 일하다 PFOA에 중독된 여성이 낳은 기형아의 사진을 듀폰 임원진에 내미는 장면은 이익만을 좇은 결과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듀폰사는 자료 공개에서부터 소송 과정까지 계속해서 시간을 끌고, 주변 사람들은 점점 롭에게 비난 어린 시선을 보낸다. 20년 가까이 크고 작은 소송이 이어지면서 롭의 개인사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그는 일에 몰두한 나머지 가족에게 소홀해지고, 회사는 그의 감봉을 결정한다. 영화는 대기업을 상대로 한 지극히 현실적인 싸움과 이로 인한 개인의 고통을 아우르며, 그럼에도 꺾이지 않는 롭의 의지를 통해 감동을 준다.

롭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계속해서 한쪽 손을 떠는 증상까지도 완벽하게 표현한 마크 러팔로의 연기는 신의 한 수다. 환경운동가로도 활동 중인 러팔로는 2016년 1월 6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나다니엘 리치의 기사 ‘The Lawyer Who Became DuPont’s Worst Nightmare’를 보고 영화화를 결심했으며 제작까지 맡았다. 감독 토드 헤인즈 또한 <캐롤>(2016), <아임 낫 데어>(2008), <파 프롬 헤븐>(2003) 등을 통해 극찬받은 연출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사건 발생 20년만인 지난 2017년, 듀폰은 총 8천억 원 보상금 배상 판결을 받았다. 롭은 현재도 독성물질 퇴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3월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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