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걸>(원제 Ride like a girl)은 호주 최대 승마축제이자 전 세계 최고의 승마대회인 ‘멜버른 컵’에서 2015년, 여성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 미셸 페인의 실화를 담은 작품이다.

승마는 지금도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며 여성 기수도 소수다. 차별을 딛고 155년 만에 멜버른 컵의 역사를 다시 쓴 미셸 페인의 성공기가 돋보이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멜버른 컵에 출전하기 전까지 크고 작은 승마대회에 3,200번 출전해 361번 우승했으며, 말에서 7번 떨어지고 16차례나 골절 부상을 입었다. 부상도 멜버른 컵을 향한 그녀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영화는 미셸 페인의 어린 시절부터 그녀가 멜버른 컵에 출전하기까지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멜버른 컵 역대 우승자와 말 이름, 유니폼 색깔까지 모조리 외울 정도로 총명했던 그녀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는 승마에 대한 애정을 짐작하게 한다. 그녀가 기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아버지의 역할이 컸다. 10남매 중 8명을 기수로 키웠던 아버지 패디는 미셸의 재능을 일찍부터 간파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부녀지간의 유대는 영화의 중심축이다. 패디는 미셸에게 경기장의 지면을 읽는 법과 경기에서 ‘틈’을 발견하는 법을 알려준다. “말들은 제각기 지치는 시점이 달라서 어느 순간 갑자기 틈이 생기지. 그 순간은 주님이 말씀해주시니 귀를 잘 기울이거라.”

역시 기수로 두각을 나타냈던 첫째 언니 브리짓이 경기 도중 낙마로 사망하자, 아버지는 또다시 자식을 잃을까 봐 미셸이 큰 무대로 나가는 것을 반대한다. 이때부터 부녀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미셸은 집을 떠나 각종 대회에서 우승하던 중, 무리한 스케줄을 강행하다가 말에서 떨어져 전신이 마비된다.

미셸은 사고 후유증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재활치료에 매진하며 경기에 나갈 날만을 기다리고, 아버지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비로소 그녀에게 승마가 전부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영화의 미덕은 평범한 한 인간이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어,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에게 용기를 준다는 데 있다.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작품이라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최근 감독, 각본, 주인공이 모두 여성(Female)으로 구성된 이른바 ‘트리플 F’ 등급 영화들이 개봉돼 여성 영화인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 작품 역시 트리플 F 등급의 계보를 이어간다. 호주 출신 배우이자 감독인 레이첼 그리피스는 미셸 페인이 우승을 거머쥐는 순간을 TV로 보고, 그녀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했다. 그리피스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연출은 엘리스 맥크레디의 유려한 각본과 테레사 팔머의 완벽한 연기가 어우러져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수작으로 완성됐다.

특히 테레사 팔머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수없이 차별을 이겨낸 미셸 페인의 강인함과 빛나는 도전 정신을 연기로 승화시켰다. 또 10남매 중 9번째이자 마필관리사로 활동하며 미셸이 출전할 때마다 함께 한 오빠 스티비는 본인 역으로 출연했다. 제작진은 다운증후군임에도 말과 교감하는 능력을 타고난 스티비 역을 대신할 배우는 없다는 판단하에 그를 캐스팅했다.

△ 2015년 멜버른 컵 우승 당시 스티비 페인(오른쪽)과 미셸 페인

멜버른 컵에서 피니쉬 라인을 함께 끊은 경주마 ‘프린스 오브 펜젠스’도 빼놓을 수 없다. 미셸이 재활치료 후 만난 펜젠스는 숱한 부상을 겪어 우승확률이 1%밖에 되지 않았으며, 경주마로 뛰기에는 나이도 많았다. 그런데도 미셸이 첫눈에 펜젠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경기에 출전했다는 사실은 기적과도 같다.

미셸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여자는 힘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방금 우리가 세상을 이겼네요.(They think women aren’ strong enough, but we just beat the world.)”

4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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