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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집사ㆍ비커밍 제인
  • 전유경 기자
  • 승인 2020.05.1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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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도심 곳곳에서는 고양이가 살아간다. 집 안에서 사는 고양이와 길 위에서 사는 고양이의 ‘묘생(猫生)’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이들을 한 생명체로 존중하고 돌보는 이들이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집사>는 바로 이런 ‘집사’와 고양이의 삶을 따라간다. 춘천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과 성남 철거촌을 지나 부산 청사포 마을로, 그리고 파주 헤이리마을까지 이어진다.

춘천으로 출발하기 전, 카메라는 ‘레니’라는 노란 고양이의 평온한 일상을 보여준다. 유기묘였던 레니는 임시보호처를 여기저기 옮겨 다니다가 마침내 집사를 만났다. 그가 바로 이 영화를 연출한 이희섭 감독이다. 감독은 전국 곳곳의 고양이와 집사를 카메라에 담은 4년간을 레니를 통해 들려준다.

 

 

 

춘천의 효자마을에는 매일같이 동네 고양이들에게 밥배달을 가는 중국집 사장님이 있고, 고양이에게 쉴 곳을 제공하는 바이올린 가게 아저씨가 있다. 또 이곳 주민센터 사람들은 동네를 벽화마을로 꾸미기로 하면서 고양이와 공존할 방법을 모색한다.

춘천에서 이동한 카메라는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간다. 이곳에는 신건물에 입주하지 않고 예전 자리에 남아 장사하는 틈틈이 고양이를 돌보는 상인들이 있다. 매일 철거를 종용하는 움직임 속에서도 고양이를 챙기는 몇몇 상인들은 고양이들이 하루라도 더 편안하게 지내기를 바란다. 한 상인은 자신을 따르는 고양이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한다면 이 녀석들은 데리고 가야죠.”

 

 

 

 

재개발이 한창인 성남 철거촌에 다다르면 공사장에 버려진 고양이들을 구조해 돌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하루아침에 살 곳을 잃은 고양이들이 새 보금자리를 찾을 때까지 보호 활동을 계속한다.

부산 청사포 마을은 디자인 공방을 중심으로 “이곳의 고양이들이 계속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상인들과 주민들의 노력이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파주 헤이리 마을에서는 한 일러스트 작가의 일상에 스며든 고양이들과 만난다. 작가는 고양이에게서 때로 외롭고 한없이 약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고백한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도심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생명체들은 사람에게 보호받기도 하지만 쫓기고 학대당하기도 한다. 영화는 고양이와 집사의 삶을 통해서 생명체와의 진정한 공존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준다. 각 지역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는 흥미롭고 인간과 고양이와의 교감도 잘 드러난다. 다만 집사들이 길고양이에게 애정을 갖게 된 계기가 충분히 드러났더라면 더 많은 관객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감독과 제작자, 그리고 제작에 참여한 김하연 사진작가는 ‘서로 도와 함께 존재한다’는 공존(共存)의 뜻처럼 “고양이가 쥐의 천적으로서 쥐가 퍼뜨리는 여러 질병을 막아주는 존재임을 알기 바란다”며 “그들이 왜 길에서 살게 됐는지 한번쯤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5월 14일 개봉.

 

 

 

“어떤 얘기를 쓰고 싶은가요?” “사랑에 관해서요.” 영화 <비커밍 제인>에서 제인 오스틴은 소설가가 되겠다고 말한다.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인 제인 오스틴은 18세기 중상류층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특유의 냉소적 유머를 담아 유려한 문체로 써 내려갔다.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설득》 등의 작품들은 사후에 문학적 완성도를 재평가받으며 전 세계 수많은 독자를 매료시키는 동시에 TV드라마와 영화로도 꾸준히 만들어졌다.

제인 오스틴에 관해 알려진 사실을 토대로 상상력을 더해 완성된 <비커밍 제인>은 결국 그녀가 작가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이다. 로맨스 소설의 대가로 불리지만, 정작 그녀는 42년이라는 길지 않은 생애 동안 톰 리프로이와의 사랑을 제외하고는 당대 여성들과 달리 독신으로 살며 집필 활동에 몰두했다.

 

 

 

영화는 제인이 습작 활동을 이어가던 시기에 리프로이를 만나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영화의 원제 ‘Becoming Jane’이 말해주듯, 사랑의 아픔은 그녀가 작가 '제인 오스틴'으로 거듭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당시 여성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기보다 훌륭한 남편감을 만나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여겼던 반면, 제인은 리프로이를 사랑하면서도 소설가가 되겠다는 결심에 변함이 없었다. 이는 그녀가 리프로이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삼촌의 조롱 섞인 태도 앞에서도 소설을 쓰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장면이나, 당시 성공한 여성 소설가를 찾아가 결혼생활과 작가로서의 삶을 병행할 수 있는지를 묻는 장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제 주인공들은 여러 갈등을 겪은 후 원하던 모든 걸 얻게 될 거예요.” 제인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했던 것들을 소설에서만큼은 가능하게 했다. 그녀와 친언니 카산드라는 《오만과 편견》 속에서 결국 사랑을 쟁취하는 두 자매로 거듭났으며, 리프로이는 《오만과 편견》 속 ‘다아시’의 모델이 됐다.

<인턴> <레미제라블> <러브 앤 드럭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에서 매번 뛰어난 연기와 섬세한 캐릭터 분석으로 호평받은 앤 해서웨이는, 이 작품에서도 제인 오스틴 역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며 관객을 영문학계의 독보적인 여성 작가의 탄생 과정에 빠져들게 한다. 톰 리프로이 역의 제임스 맥어보이 역시 <엘리노어 릭비> <어톤먼트> 등에서 보여주었던 로맨스 장인다운 연기를 펼쳐 긴 여운을 남긴다.

5월 21일 재개봉.

 

전유경 기자  kda07@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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