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너선 드로리ㆍ그림 루실 크레르 | 번역 조은영 | 244쪽 | 값 20,000원 | 시공사

나무는 생존을 위해 수천 년 동안 진화해왔다. 나무 한 그루에서 뻗어 나온 뿌리, 줄기, 가지, 이파리, 꽃과 열매의 모양은 모두 환경에 적응한 결과다. 나무는 살아있는 동안 이처럼 서식지에 맞춰 변화하고, 때로는 근처의 나무와 섞이며 새나 포유류가 나무씨를 다른 곳으로 옮겨 새 터전에서 자라나기도 한다.

전 세계 최소 6만 종이 넘는 나무들 가운데 저자는 인간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정확히 말하면 인간에게 물질적 또는 정신적으로 효용 가치가 있는 80종 나무 이야기를 담았다. 식물 전문 일러스트레이터 루실 클레르의 아름다운 그림이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영국에서부터 동쪽으로 떠나는 ‘나무 여행’은 여섯 개 대륙을 거쳐 북아메리카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사람들에게 물질적으로 이용 가치가 있는 나무는 수난을 당한다. 남아프리카에서 자라는 ‘모파인 나무’의 모판나방 애벌레는 곤충이나 새뿐만이 아니라 아프리카인 수백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식량원이나, 이 애벌레를 더 많이 잡으려는 욕심 때문에 사람들을 벌목도 서슴지 않는다. 페루의 ‘키나나무’는 현지에서 고열 치료제로 쓰이다가, 제국주의 시대에 유럽인들이 말라리아의 치료제로 키나나무 껍질을 쓰기 시작하면서 속수무책으로 잘려 나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 나무를 두고 한때 전쟁까지 벌어졌다.

곤충과 공생하는 나무의 이야기는 인간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케냐의 ‘휘파람가시나무’에 사는 개미는 꿀과 보금자리를 받는 대신, 나무를 먹어 치우는 동물을 쫓아낸다.

올리브나무, 아르간나무, 호호바나무, 코르크참나무 등 인간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나무일수록 제 자리에서 살아가기가 어렵다. 인간 때문에 수만 년을 자리하던 땅에서 자취를 감추거나, 대량 재배되면서 유전적인 다양성마저 잃게 됐다.

인간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나무가 희생돼야 할까. 저자는 나무의 각기 다른 삶을 마주한 후, 이들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으며 인간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무뿐만이 아니다. 인간은 지금도 계속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으며 이는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멸종 위기의 생명체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 큰 재앙을 감당하는 것도 결국 인간의 몫이다.

저자 소개_ 조너선 드로리

영국 에덴 프로젝트 이사이자 세계자연기금 WWF 대사. 영국 런던 큐 왕립식물원과 우드랜드 트러스트에서 9년간 이사로 활동했다. 런던 린네 학회 및 동물 학회 회원이며 과거 BBC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식물에 관한 TED 강연으로 호평 받았다. 2006년에 대영제국 사령관 훈장 CBE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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