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치과병원 장기택 교수 “주기적 내원으로 치아 발육, 맹출 상태 체크해야”

치아가 턱뼈에서 발생해 정상적인 위치까지 이동하는 일련의 과정을 치아의 ‘맹출’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치아가 정상적인 위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를 ‘맹출장애’라고 한다. 맹출장애는 유치가 영구치로 교환되는 소아 청소년기에 종종 관찰된다. 특히 만 6세 무렵에 나오는 영구치는 평생 사용해야 하므로 맹출장애가 없는지를 살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서울대치과병원 소아치과 장기택 교수(소아치과 전문의)와 함께 맹출장애의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본다.

△ 장기택 교수

맹출장애는 여러 유형이 있으나, 치아가 다른 치아에 가로막히거나 정상적인 맹출 경로를 이탈해 턱뼈와 잇몸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경우를 ‘매복’이라고 한다.

서울대치과병원 내원환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약 4.5%~9%가 영구치 맹출장애로 내원했으며, 이 중 상악 견치와 상악 중절치의 매복이 가장 흔하게 나타났다. 멩출장애로 내원한 환자 중 상악 견치의 매복을 보인 환자는 26.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기존 문헌에 의하면 환자 0.8~2.7%가 상악 견치의 매복 증상을 보였다. 연구마다 결과는 조금씩 다르지만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는 여성이 남성과 비교해 2~3배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 서울대 소아치과 내원환자 중에서는 여성이 1.4배 정도 더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견치는 앞니와 어금니 사이에 위치하며 기능이나 심미적으로 중요한 치아다. 하지만 주변의 다른 치아에 비해 유치에서 영구치로의 교환 시기가 늦기 때문에 맹출장애가 자주 발생한다. 장 교수는 “견치의 치배는 유치의 치근이나 다른 영구치의 치배보다 깊은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다른 치아에 비해 맹출에 걸리는 시간이 2배 이상으로 소요되며, 긴 맹출 거리로 인해 구강 내 다양한 환경에 민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 맹출장애의 원인

맹출장애는 전신적, 국소적, 또는 복합적 요인에 의해 나타난다. 견치는 측절치 치근의 옆면을 따라 이동하면서 맹출한다. 이때 경로 내에 방해물이 있거나 측절치의 형태 이상, 맹출 공간의 이상 등이 있을 시 맹출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장 교수는 “특히 측절치의 결손(치아가 생성되지 않아 맹출할 치아가 없는 상태)이나 왜소측절치(측절치가 정상 치아 크기보다 작은 경우) 등은 가족력인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상악 좌ㆍ우측 견치의 이소맹출(치아가 비정상적인 위치로 맹출하는 것)이 관찰되며(노란색 원), 인접한 치아의 뿌리를 흡수시키고 있다.

상악 견치의 맹출장애는 그 경로와 시기의 문제로 대부분 매복으로 이어지며 이는 교합 형성에 큰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로 인해 치열궁 길이의 감소, 인접절치의 경사, 낭종 형성, 인접치의 치근흡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매복치에 의한 인접치 치근흡수는 가장 심각한 합병증으로써,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주변 치아 뿌리의 흡수가 진행되는 시점에서야 통증 및 인접치의 흔들림 등이 발생한다.

# 치료법

매복된 견치를 발견했을 시 적절한 방법으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데, 중증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치료한다.

먼저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악궁(顎弓) 확장, 유견치 발거, 외과적 노출만으로도 정상적인 맹출을 기대할 수 있으나, 맹출 경로가 정상에서 많이 벗어나거나 주변 치아에 위해를 가하고 있을 때에는 외과적으로 치아를 노출시킨 뒤 교정을 통해 제자리로 이동시키거나 자가 치아 이식을 통해 자가 치아를 보존하는 방법이 있다. 장 교수는 “만약 자가 치아를 보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매복된 견치를 발치한 뒤 자발적인 배열을 기대해보거나, 발치한 공간을 성장기까지 유지한 후 성인기에 임플란트를 시행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악 중절치의 맹출장애도 많이 발생하는데, 유치열에서의 외상에 의한 만곡치나 정중과잉치, 치아종 등이 원인이다.

△ (사진 왼쪽 아래) 상악 우측 중절치(첫 번째 앞니)가 나오지 않는 모습 (노란색 원), 중절치가 반대 방향으로 맹출하고 있다. (오른쪽) 정중과잉치(노란색 원)에 의해 중절치가 회전되고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모습.

장 교수는 “턱뼈 내에서 이루어지는 치아의 발육과 맹출을 육안으로 확인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영구치의 맹출장애나 견치의 매복을 예측 진단하기는 쉽지 않다”며 “성장기 어린이는 충치가 없더라도 적어도 6개월에 한 번 이상 치과에 내원해서 검사를 받고, 필요 시 방사선 사진을 촬영해 치아의 발육이나 맹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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