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ㆍ그림 신현아 | 40쪽 | 값 16,000원 | 오후의 소묘

“오늘도 길을 걷습니다. 공기는 익숙하고 발걸음은 경쾌합니다. 그러다 문득 발을 딛고 서 있는 땅을 생각합니다. 땅 위를 걸어간 수많은 발을 생각합니다. 사람들, 작은 아이들, 사람이 아닌 네 발들, 날개 달린 두 발들… 그렇게 많은 발들 중에 걸음을 멈춘 어떤 발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랍니다. 같이 바람을 맞으며 제 길을 경쾌하게 걷는 날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오기를.” _ 작가의 말

2010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신현아 작가가 2014년 독립출판물로 내놓았던 동명의 작품집이 재출간됐다.

네 고양이 집사이기도 한 작가는 자연스레 길에서 마주친 고양이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됐다. 도심에서 작은 존재들이 겪는 부당함을 생각하다, 길고양이에게도 무지개다리 너머 그들만의 안식처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3년간 작업에 몰두했다. “차가운 길 위에서 쓸쓸히 떠나간 고양이가 실은 친구가 많은 고양이였고, 아홉 번이나 산 대단한 고양이라면 어떨까 상상하며” 작가는 고양이별로 돌아가는 생명체의 환송회를 담았다.

세상을 떠나는 책 속의 고양이는 남은 이들에게 편지를 남긴다. “나는 아침을 가르는 새의 날갯짓, 가을날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빛, 저 달의 뒷면, 오래된 나무, 나뭇잎 흔드는 수천 개의 바람, 새벽하늘 총총한 별빛”이라고. 그러니 나는 그곳에 없지만 슬퍼하지 말라고. 무채색임에도 따스함이 느껴지는 그림과 짧지만 호소력 있는 글은 이 땅에 살아 숨 쉬는 작은 생명체와의 진정한 공존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문학 박람회로 꼽히는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조직위원회가 매년 선정한다. 선정된 작가들은 볼로냐 도서전 도록에 실리며, 해당 작품의 원화는 전 세계 순회 전시 기회를 얻는다.

△ 오후의 소묘 제공

저자 소개_ 신현아

저서로 《우주 식당에서 만나》, 《나의 곰 이야기》가 있으며 《새해 아기》를 비롯해 《숨겨진 제국》, 《히말라야 환상 여행》 등 국내외 여러 책에 삽화를 그렸다. CJ북 페스티벌 전시 작가로 선정됐다. 대봉이, 금봉이, 칠봉이, 수봉이 등 네 고양이와 제주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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