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산하 | 268쪽 | 값 16,500원 | 갈라파고스

야생의 동식물들은 ‘지금 이 순간’을 산다. 그들은 계산하지 않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실패할지라도 다시 발걸음을 내디뎌 사랑을 찾는다. 그리고 주어진 환경에 맞게 제각기 고유한 삶의 방식으로 살아남는다. 이를테면 남극해에 사는 어떤 물고기는 낮은 수온을 견딜 수 있는 일종의 ‘부동액’ 성분이 혈액에 있으며, 건조한 사막에 사는 도깨비도마뱀은 피부로 물을 빨아들이는 진귀한 능력이 있다. 또 대머리독수리는 시체를 헤집고 썩은 고기를 뜯어 먹어야 하기에 머리털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저자는 묻는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다수의 기준이 마치 나의 삶의 기준인양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모두가 그렇게 살기 때문에 나도 어쩔 수 없이 순응해야 한다고 변명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는 과연 지금 각자의 삶 속에 완전히 존재하고 있을까? 한국 최초의 야생 영장류학자인 저자는 야생 동식물을 관찰하며 발견한 철학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 독자에게 전한다.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듯, 고유성과 다양성도 그렇다. 자연의 다양성과 그 안에 존재하는 무수한 고유성을 통해 우리 사회의 지나친 획일성에 경종을 울린다. 아울러 건강한 우리 사회의 ‘생태계’를 구성하며 자연의 무수한 생명체와 공존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그들에겐 ‘보장된 내일’이라는 개념이 없기에 매일을 마지막 날처럼 살 수 있는 것일까? 나가는 순간 그 길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언제나 열려있기 때문일까? 사실이다. 하루하루가 마지막이고, 모든 길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길이다. 그것은 그들에게나 우리에게나 마찬가지다. 단지 얼마나 삶에 집중하느냐의 차이다. 챙기고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은 우리에겐 좀 버거운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차피 삶은 갑자기 왔다가 갑자기 간다. 그래서 일상적인 만남도 실은 뛸 듯이 반가울 만한 것이다. 그 반가운 마음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생생한 증거다.”_ 본문 중에서

저자 소개_ 김산하

서울대학교 동물자원학과 졸업. 동대학 생명과학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인도네시아 구눙할라문 국립공원에서 ‘자바 긴팔원숭이’를 연구한 우리나라 최초의 야생 영장류학자. 생태학과 예술을 융합하는 작업에도 관심을 가져 영국 크랜필드대학 디자인센터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지역사회에서 동물과 환경을 위한 보전 운동을 펼쳐나갈 수 있게 돕는 ‘제인 구달 연구소’의 뿌리와 새싹(Roots & Shoots) 프로그램 한국 지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동생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김한민 작가와 함께,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자연의 중요성을 알리는 그림동와 《STOP!》 시리즈를 출간했다. 저서로 《습지주의자》, 《김산하의 야생학교》, 《비숲》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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