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유영규ㆍ임주형 외 | 292쪽 | 값 15,000원 | 북콤마

좋은 죽음이란 무엇일까? ‘죽음의 질’ 지수 1위를 차지한 영국은 생애말 돌봄 전략을 개발하고, 국민이 좀 더 좋은 죽음을 맞게 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 ‘익숙한 환경에서’,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가족 및 친구와 함께’, ‘고통 없이’ 사망에 이르는 것을 좋은 죽음이라고 정의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죽음을 논하는 건 일종의 금기다. 더 나은 죽음을 준비하기보다 죽는 순간까지 병을 치료하겠다고 매달리는 것이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이 과정에서 가족과 지인에게 진정한 작별인사를 할 여유는 허락되지 않는다.

여기, 안락사하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8,770Km 건너 스위스까지 간 한국인들이 있다. 그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저자들은 스위스 취리히에서 일주일 동안 안락사가 시행된 블루하우스에서부터 취리히 주가 운영하는 공립 화장장까지 그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간다. 또 스위스 검찰과 법학 교수, 법의학자, 의대 교수, 조력자살 지원 단체 등 각계각층 전문가들을 만나 외국인 조력자살이 이뤄진 배경과 사회적 쟁점을 탐사한다.

그 과정에서 저자들은 친구의 안락사를 위해 스위스까지 동행한 사람을 만나고, 안락사를 고려 중인 한국인 디그니타스 회원의 이야기도 듣는다. 위암 말기 부친과 희귀병을 앓은 모친이 한날한시 목숨을 끊은 사연도 듣는다. 일반인을 포함해 환자, 의사, 법조인 등 1,7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해달라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81명의 의견도 듣는다.

정답은 없다. 스위스처럼 안락사를 전면 허용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며, 저자들은 다만 어떤 것이 ‘존엄한 죽음’인지를 우리 사회가 성역 없이 고민하고 토론해봤으면 하는 취지에서 취재하고 글을 써내려갔다.

결국 존엄한 죽음은 본인 스스로가 삶과 죽음의 주체가 돼야 가능하다. 지금도 수많은 임종기 환자가 자신의 삶을 마무리 할 시간도 없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2006년 11월 스위스 연방대법원은 정신적 능력에 결함이 없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삶을 끝낼 시간과 방법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저자들은 본서를 통해 몸이 너무 아프고, 마음이 병들어 죽음을 선택하고 싶다는 사람에게 “그런 말은 꺼내지도 말라”고 하기보다는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려는지 귀 기울여보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저자 소개_ 유영규ㆍ임주형ㆍ이성원ㆍ신융아ㆍ이혜리

서울신문 탐사기획부. 고령사회가 직면한 가족 간병의 암울한 현실을 탐사 보도한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으로 한국기자상, 관훈언론상,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받았다. 본서의 모태가 된 ‘존엄한 죽음을 말하다’와 전국 수질 민원데이터를 분석하고 상수도 체계의 문제점을 짚은 ‘수돗물 대해부’로 한국기자협회가 선정하는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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