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렇게 산다] 5) 장기정 행복한 치과의원 원장

진료는 프로답게, 여가 생활은 그 누구보다 멋지고 신나게!
낮에는 하얀 가운을 입고 환자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는 치과의사로, 퇴근 후 병원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나만의 인생’을 제대로 즐기는 이들이 바로 여기 있다. 색다른 취미로 인생을 맛깔나게 살고 있는 치과의사들을 만났다.

장기정 행복한 치과의원 원장

“내세울 만한 특별한 취미가 아닌데, 기삿거리가 될까요?”
모 원장이 ‘거의 코치 급의 축구 실력을 갖췄다’면서 추천한 왼발잡이 공격수 장기정 원장(행복한 치과의원)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자, 수줍은 답변이 돌아왔다. 공식적인 규모 있는 대회에 출전하는 것도 아니고, 순위가 매겨지는 것도 아니라면서 그저 축구가 재미있다는 장 원장. 말 그대로 본인의 만족감이 우선인 취미 생활에 성과가 왜 필요하겠는가. 축구 얘기를 나누는 내내 입가에 가득한 미소만으로도 그가 취미를 한껏 즐기고 있음은 자명했다.

가성비 훌륭한 취미…세상 알아가는 재미는 ‘덤’

“중학생 때 교내에 축구부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축구를 접했어요. 사회생활을 하기 전까진 학업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다가, 수원에 개원한 후에 출퇴근만 반복하다보니 심심하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축구를 시작하게 됐죠.”

이후 10여 년 동안 여러 사람들과 호흡하는 역동적인 스포츠인 축구를 즐겨온 장 원장이지만, 본래는 굉장히 내성적인 성격이었다고. 성격 탓에 축구 동호회에 처음 발을 들일 땐 큰 용기가 필요했다.

“수원지역 사람들이 모인 조기 축구회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둘러보고 참여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보통 일요일에 모여 축구를 하는데, 전 날인 토요일에 한 회원의 생일파티에 새로운 회원들을 초대해주었죠. 당시 열 명 이상의 모르는 사람이 모인 자리에 가는 게 어색하고 힘들었어요. 하지만 축구가 좋아서 매주 연습에 참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지더라고요.”

장 원장이 거쳐 간 팀은 총 여섯 팀. 현재는 처음 발을 들인 조기 축구회와 아파트 입주민 축구 동호회, 수원 메디칼 FC 세 곳에서 공을 찬다. 평일에는 주 1회, 일요일은 거의 하루 종일 그라운드에서 뛴다. 왼발잡이인 장 원장은 왼쪽 측면 공격을 전담한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참여하는 친목대회에서 골 실적도 좋은 편.

주말마다 축구에 매진하다보니 가족들의 불만이 있을 법 한데, 다행히 가성비가 훌륭한 취미생활이라고 인정받았다고.

“직업 특성상 실내에만 있다 보니 외부에서 활기찬 기운을 얻는 시간이 필요해요. 물론 한 달에 한두 번은 가족들과 여행도 가고,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죠. 축구를 시작한 뒤 체중도 많이 감량하고 건강도 챙기고, 또 큰돈이 드는 취미생활도 아니니 가성비 최고의 취미생활로 이해해주는 편이에요.”

유니폼을 갖춰입고 경기를 기다리는 모습.

축구를 시작한 이후엔 ‘블랙홀’ 소리가 듣기 싫어 개인 레슨도 받았다는 장 원장. 그런 열정으로 건강함을 유지하며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니 긍정적인 성격의 변화는 물론, 세상을 알아가는 재미도 덩달아 얻었다.

“팀 스포츠다 보니 팀에서 블랙홀로 찍히기 싫어 열심히 보고 배웠어요.(웃음) 건강은 자연히 따라왔죠. 또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이 많아 성격도 밝아졌고, 하나의 세상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주말에 기분 좋게 운동을 하고나면, 일상에 복귀했을 때 힘차게 일할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의사 선생님’ 호칭 내려놓고 호형호제

특정 직업군의 모임이 아닌 축구 동호회에서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사람들과 융화되기는 쉽지 않았다. 원활한 동호회 활동에 도움을 준 건 테니스 선수였던 친동생. ‘치과의사라고 절대 잘난 척하지 말라’는 동생의 직설적인 조언 덕에 동호회의 일원으로 완전히 스며들어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운동이 좋아서 만난 모임인데, 본인 치과 이야기만 하거나 ‘나 잘났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지 말라고 동생이 조언을 해줬어요. 저는 축구가 좋아서 나가는 것뿐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고, 실제로도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어요.”

“물론 치과의사라고 하면 부담을 느끼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우린 축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잖아요. 함께 땀 흘리면서 축구로 하나 되는 그 자체가 좋은 거죠. 진료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 여러 사람들 속에 존재하고 있는 느낌이 의미 있어요. 마음을 열고 다가가니 모두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축구 동호회 동료들과 함께 경기를 하는 모습.

공이 차고 싶어 시작한 활동에서 만난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 자체를 즐긴다는 장 원장. 남성 조직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축구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했다.

“여성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치과에서는 갖지 못했던 남성 조직의 소속감도 좋죠. 한참 어린 동생부터 형님까지 나이 막론하고 운동 후 맥주 한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면, 새롭고 재밌어요. 축구가 좋아 시작했는데, 이제는 축구로 인해 만난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 자체가 소중해졌어요.”

“치과의사 동료들과 함께 뛰고 싶어요!”

수원시치과의사회 홍보이사를 역임하고 있는 장 원장은, 수원시 치과의사 축구팀의 부재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축구팀을 창설하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추진 의지를 전했다.

“수원삼성이라는 프로 축구팀도 있고, 전국에서 동호인 축구팀이 가장 많은 지역이 수원이라고 알고 있어요. 그만큼 축구가 일반인들에게 많이 익숙한 도시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지역 특성을 살려 수원시 치과의사 축구팀을 결성하고 싶습니다.”

“축구 실력의 차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수원지역의 동료 치과의사들과 진료실을 벗어나 바깥 공기를 마시며 정을 나누고 싶어요. 수원분회 홍보이사로서 실현 가능성이 있게끔 추진해보고자 하는데, 호응을 기대해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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