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렇게 산다] 6) 여선구 서울 텁츠 치과의원 원장

진료는 프로답게, 여가 생활은 그 누구보다 멋지고 신나게!
낮에는 하얀 가운을 입고 환자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는 치과의사로, 퇴근 후 병원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나만의 인생’을 제대로 즐기는 이들이 바로 여기 있다. 색다른 취미로 인생을 맛깔나게 살고 있는 치과의사들을 만났다.

여선구 서울 텁츠 치과의원 원장<오른쪽>과 그의 아내 박은혜 박사

2017년 12월, 기독교 출판계에서 굳건한 입지를 자랑하는 출판사 규장에서 진솔한 부부이야기를 담은 책인 <은혜로 사는 부부>가 출간됐다. 연애시절 이야기부터 30년 가까이 부부로 함께한 인생사를 가감 없이 써 내린 저자는 치과의사 남편과 그의 아내. 사람들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여선구 원장(서울 텁츠 치과의원)이 집필을 결정한 건 아내 박은혜 박사(HOME 상담‧코칭 협회)의 버킷리스트를 이뤄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서글서글한 인상부터 밝게 웃는 모습까지 똑 닮은 여선구, 박은혜 부부를 만났다.

Q. 부부의 이야기를 책에 담는 것. 특별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결정이었죠?

여선구 : 아내는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일 일상을 기록할 만큼 글 쓰는 일을 즐기고 좋아해요. 타고난 ‘글쟁이’인 아내의 버킷리스트에는 자신의 인생을 책으로 남기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어요. 이에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이었지만 집필에 참여하게 됐죠.

박은혜 : 가정사역 박사논문을 쓰면서 관련 책을 출간하고 싶었고, 3년 전부터 <은혜로 사는 부부> 집필을 시작했어요. 이론적인 내용을 ‘우리이야기’라는 사례와 함께 녹였는데, 남편은 남편의 시각에서 느낀 상황과 감정을 작성했죠. 제가 원하는 일을 함께 해준 좋은 남편이에요.(웃음) 함께 책을 쓰기 전에도 남편은 제 논문에 도움을 주고자 가정사역과 관련한 많은 책을 읽고, 관련 정보도 수집했죠. 남편은 제일 든든한 지원군이에요.

여선구 : 일종의 부부지침서이기에 아내의 입장만이 아닌, 남편의 시각도 담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동일한 상황이라도 각자의 생각과 감정은 크게 다르니까요. 독자들도 성향에 따라 공감하는 포인트가 다르더라고요.

Q. 책을 쓰기 위해 과거를 회고하며, 부부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겠어요.

박은혜 : 다른 이들에겐 작게 보일지라도, 우리에겐 소중한 추억이 떠올라서 참 좋았죠. 결혼 5년 만에 첫 아이를 임신해서 신혼생활을 오래했어요. 오롯이 둘이 있는 시간이 많았기에 부부관계를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됐죠. 신혼시절을 떠올리다보니 5년 동안 매일 손을 잡고 출퇴근하고 다정하게 지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더라고요. 또 소소한 일상이지만, 30여 년 동안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30분 이상 함께 산책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 시간도 소중해요. 밤늦게 귀가하더라도 매일 같이 거닐며 규칙적인 대화시간이 생겼죠.

여선구 : 저는 동일한 상황에서 저의 생각과 아내가 느끼는 감정이 크게 다르다는 부분에 느낀 바가 커요. 또 힘든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잘 커온 아내의 모습과, 성장 과정에서 느낀 감정들. 그리고 본인의 이야기를 솔직히 풀어낸 것에 감동했어요. 아내의 이야기를 보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죠.

박은혜 : 물론 책을 쓰는 과정도 순탄하지만은 않았어요. 책을 쓰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있을 때의 기억이 떠올라 울컥한 적도 있고, 남편과 감정적으로 부딪혔던 순간도 떠올랐죠. 하지만 책을 쓰며 풍족하진 않지만 알콩달콩 행복했던 시절도 생각나고, 서로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고..긍정적인 부분이 컸어요.

Q. 전문적인 가정학 이론이 담겨 있는데도 책장이 술술 넘어갈 정도로 흡입력이 있어요. <은혜로 사는 부부>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여선구 : 자신을 전부 오픈하지 않고 상담을 하는 전문 상담사들이 많은데, 아내는 항상 모든 면을 오픈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요. 이 때문에 상대방이 쉽게 마음을 열죠. <은혜로 사는 부부>도 마찬가지에요. 달달한 부부의 사랑이야기부터 부부싸움, 육아 방식의 차이로 인한 갈등까지..우리 부부의 인생을 감추지 않고 오픈하는 것. 바로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해요.

박은혜 : 맞아요. 책에서도 솔직하고자 했죠. 부부관계에 대한 이론이 있고, 그 이론에 적용되는 우리 부부의 삶을 담았어요. 사이좋은 척 포장하기보다, 부부생활의 희로애락을 정직하게 보여주려 했어요. 여전히 남편과 함께하면 즐겁고 행복하지만, 30년 가까이 살다보면 당연히 갈등도 생기고, 자녀 양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있죠. 책에 나와 있듯, 남편과 아내가 억지로 하나가 되려고 하기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선구 : 부부가 함께 책을 썼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평소에 싸움도 없는 엄청난 잉꼬부부라고 생각해요. 물론 아내와 함께하면 웃을 일이 많지만, 부딪히는 일도 많거든요. 하지만 부부가 서로 의견을 편하게 나눌 수 있는 것이 더 건강한 관계라고 생각해요. 불만이 있는데 한마디도 하지 못하면 오히려 싸움이 되지 않죠.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돼요. 책을 읽은 분들이 자신을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드러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긍정적인 자존감을 가지고 상대방을 존중하면 건강한 부부관계가 가능하다고 믿어요.

박은혜 : 특히 의사들은 본인이 잘못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생각해요. 의사 자신이 확신을 가지지 못하면 환자들이 불안해하기 때문에 좋은 면만 보여주려는 경향이 있어요. 이에 의사 남편이나 아내를 둔 부부가 서로에게 본인을 완벽하게 오픈하기 힘든 부분도 있죠.

치과의사들의 가정 상담을 하기도 하는데, 환자의 아픈 곳은 치료하면서 정작 본인의 마음의 상처는 돌아볼 여유가 없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러면 자연스레 가정에 소홀해질 수도 있죠. 워킹맘도 마찬가지에요. 내 자신을 돌아보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응원한다면 행복한 부부생활이 가능할거에요.

Q. 출간된 지 2개월이 지났는데, 주변 피드백이 궁금해요. 동료 치과의사들의 반응도요.

여선구 : 출판사 측에서 무명치고 잘 나가는 편이라고 해요. 젊은이들도 많이 읽더라고요.(웃음) 교회에서 인연을 맺은 고등학생들의 공부를 지도하는 봉사를 하고 있는데, 제자들이 책을 읽더니 ‘선생님, 힘들게 사셨네요!’라면서 웃더라고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의 의도대로 책에 진솔함이 담겼다는 생각을 했어요,

박은혜 : 일과 육아, 그리고 가정 내에서의 역할 고민에 빠진 여성 치과의사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어요. 용기가 대단하다는 피드백도 받았죠. 남편의 동료 치과의사는 책 내용에 공감한다면서, 우스갯소리로 ‘왜 이렇게 부부생활을 솔직하게 썼냐’고 하더라고요. 또 자녀 문제로 고민을 토로한 다른 치과의사는, 자녀 양육 문제가 담긴 부분을 감명 깊게 읽었다면서 고마움을 전했어요.

Q. 다른 책 출판 계획이 있나요?

여선구 : 아내는 가정사역 분야에 박사 학위도 받은 만큼 지금까지 여러 권의 책을 집필했고, 항상 다음 책을 준비 중이에요. 저는 <페이퍼 학습법> 이후 출판이 두 번째 인데, 책을 집필하다보니 욕심나는 분야가 생겼어요. 청년들이 결혼 전에 테스트 북처럼 볼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어서 틈틈이 정보를 모으고 있어요. 인생의 반 이상을 함께 해야 할 부부생활의 기준을 담고, 건강한 부부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출간하고 싶어요.

박은혜 : 보시다시피 남편은 워낙 아이디어가 많아요. 남편이 준비 중인 책에 학문적인 부분이 필요하다면 제가 보완해야죠. 저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이슈인 2030세대와 그들의 부모인 5060세대의 단절에 대해서 애착문제와 연결해 풀어내고 싶어요.

저 자: 박은혜, 여선구
출판사: 규장
출판일: 2017년 12월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은혜로 사는 부부》속에서 당신만의 명답을 찾아보라.

“선생님, 저는 왜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없는 걸까요? 특별히 많은 욕심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을 뿐인데 말이죠.”

당신도 그런가? 그렇다면 이 말에 담긴 깊은 뜻을 알 필요가 있다.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사실 얼마나 큰 노력의 열매인지를 말이다. 그리고 겉으로 평범하게 보일지라도 실상은 어떤 인생도 평범하지 않으며, 그 나름대로 특별하면서도 삶의 다양한 굴곡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과 막연하게 비교하면서 힘들어하지 말고, 나에게 주어진 귀한 삶과 가정을 위해 사랑의 수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수고의 발걸음에 도움이 되고 싶다. 함께 그 발걸음을 떼어보자.
-아내 박은혜

이삭과 리브가는 하나님의 인도하심 아래서 결혼해 하나님의 가정을 이루었지만, 역사적인 사건은 그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어렵게 낳은 자식이 에서와 야곱이었고, 그들은 태중에서부터 다투었다. 아무리 보아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수만리 떨어진 고향까지 어렵사리 찾아가서 이룬 아브라함의 족보에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렇게 부족한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족보가 이어지게 하셨다.

사랑하는 아내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나에게 다가왔고, 나 역시 하나님께 이끌리어 여기까지 왔다. 이 책을 준비하며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주님께 받은 가정사역자로서의 소명을 재발견하게 된 것에 감사하고, 동시에 우리의 나눔을 통해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깊은 치유가 있기를 소원한다.
-남편 여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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