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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B와 임상, “비슷한 점이 많아요”[나 이렇게 산다] 7) 최재욱 수원 미르 치과의원 원장
  • 장구슬 기자
  • 승인 2018.03.22 16:17
  • 댓글 0
진료는 프로답게, 여가 생활은 그 누구보다 멋지고 신나게!
낮에는 하얀 가운을 입고 환자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는 치과의사로, 퇴근 후 병원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나만의 인생’을 제대로 즐기는 이들이 바로 여기 있다. 색다른 취미로 인생을 맛깔나게 살고 있는 치과의사들을 만났다.

최재욱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필요하다. 그는 이번 대회에 엠티비로 그것도 깍두기 타이어를 장착하고 참가했다. 간혹 엠티비가 보이기는 했어도 대부분 울퉁불퉁한 타이어를 벗어버리고 매끈한 로드용 타이어로 갈아 신었는데 그의 자전거만은 예외였다. ‘아니, 저 무거운 자전거로 1,230km를 달리겠다고?’ 나는 혀를 끌끌 차며 그를 한심하게 여겼지만 정작 자전거의 주인은 ‘난 괜찮아’ 하듯 태평스러워보였다. 길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만해도 ‘어, 아직까지 잘 달리고 있네’라며 대견하게 여기기는 했어도 그가 완주하리라고는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와 동행하다가는 내 속도가 너무 느려질 것 같아 다음에 또 보자는 말을 남기고 앞으로 치고 나갔다.
(중략)
83시간 만에 완주한 그는 나보다 거의 7시간이나 먼저 결승선을 밟았다. 한국인 랜도너 중 최재욱이 일등, 내가 꼴지를 기록했다. 세상에는 선한 미소를 지으며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는 괴수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그가 2014년 춘천 280랠리에서 2위와 무려 3시간의 격차를 벌리며 여유 있게 우승한 아마추어 최고수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2016년 강릉 280랠리에서도 2위보다 한 시간 이상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해 자신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알렸다. 험한 코스로 악명 높아 완주도 힘들다는 280랠리에서 두 번씩이나 우승을 하다니! 그를 괴수라고 부르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제야의 고수를 몰라보고 그의 완주를 걱정했으니 내가 오지랖이 넓어도 한참 넓은 사람이었다.

-김영한 저 <자전거 프랑스를 달리다> 발췌

최재욱 수원 미르 치과의원 원장

‘선한 미소를 지으며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는 괴수’라고 표현될 만큼 놀라운 엠티비 라이딩 실력을 자랑하는 최재욱 원장(수원 미르 치과의원)을 만났다.

환경보호를 위해 시작한 엠티비…1위의 영예까지

최재욱 원장은 국내 산악자전거 대회 중 가장 주행 거리가 길고, 고난이도의 코스를 자랑하는 280랠리에서 압도적인 기록으로 두 번이나 1위를 차지했다. 280랠리는 280km를 36시간 안에 돌파하는 경기로, 해마다 전국에서 천여 명 안팎이 참여한다. 완주 성공률은 30퍼센트에 불과하다.

최 원장은 2014년 첫 출전 당시 26시간 15분을 기록, 2위와 3시간이라는 엄청난 차이로 당당하게 1위로 들어왔다. 2년 뒤 도전한 강릉 280랠리에서는 24시간대를 기록하며 역시나 가장 먼저 완주에 성공했다. 본업을 의심케 할 만한 실력임에 틀림없다. 더 놀라운 건 주말 구분 없이 매일같이 연습에 매달리지도 않는다는 점. 출퇴근길과 병원 오프시간에 엠티비를 타고, 주말엔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는 자상한 아빠다.

프로도 아닌 치과의사가 280랠리에서 두 차례나 압도적인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하다니..그의 뛰어난 실력에 감탄하자 최 원장은, “몇 년 동안 집에서 치과까지 산악자전거로 출퇴근하며 꾸준히 연습한 것이 결실을 이뤘다”면서 멋쩍게 웃었다.

최재욱 원장은 국내 280랠리에서 두 차례나 압도적인 기록으로 1위의 영예를 안았다.

최 원장이 처음 산악자전거를 접한 계기도 조금은 특별했다. 운동의 목적보다 환경보호의 일환이었다.

“사람이 일생동안 배출하는 탄소발자국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어요. 이에 자가용을 팔았고, 2010년부터 산악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치과까지 22km가량을 매일 출퇴근하기 시작했죠. 그전엔 골프와 등산 정도만 즐겼는데, 매일같이 산악자전거를 타니 체력은 기본, 큰 흥미를 느끼게 됐어요. 일 년 정도 꾸준히 타다보니 뭔가 이뤄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여러 대회에 도전하게 됐어요.”

환경보호의 목적으로 시작한 작은 습관이, 이제는 커다란 즐거움이 됐다.

“산속을 달리면 한여름엔 시원하고, 반대로 한겨울엔 따뜻해요.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삼아 달리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비나 눈이 내릴 때는 오히려 색다른 재미가 있죠. 산악자전거가 위험해 보인다는 사람도 있지만, 산에서는 땅이 푹신하기에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아요. 또 도로와 비교해 속도 차이도 크죠. 다만 항상 부상의 위험이 있기에 늘 조심해야 해요. 기본기를 다지고 안전만 신경 쓴다면 큰 부담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에요.”

동호회 사람들과 드넓은 자연을 누비는 행복

최재욱 원장이 활동 중인 동호회 회원들의 모습.

최재욱 원장은 출퇴근 시간 외에는, 엠티비 동호회 사람들과 하하 호호 웃으며 자전거를 타곤 한다. 2016~2017년 2년 동안 동호회 회장직도 역임했다. 이천 명 초반이었던 동호회 회원 수는 지난해 이천구백 명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정회원 승급도 해마다 평균 5~6명에 불과했으나, 작년엔 24명이 승급되는 쾌거도 이뤘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동호회 사람들과 푸르른 숲속에서 라이딩을 하는 시간이 행복해요. 17명 정도의 임원들이 있는데, 같이 힘을 모아 동호회를 재미있게 이끌다보니 저절로 회원도 증가하고 결속력이 더 강해졌죠.”

치과의사인 아내도 같은 동호회에서 활동 중이다. 두려움에 망설였던 아내는, 남편의 끈질긴 권유에 산악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지금은 동호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최재욱 원장은 ‘산악자전거는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라고 했다.

최재욱 원장과 아내는 함께 산악자전거를 즐긴다.

“아내는 산악자전거를 타면서 동호회 사람들과 어울리는 그 자체를 재미있어 해요. 대회에서 7~8위를 기록할 만큼 실력도 많이 늘었죠. 아내와 함께 운동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전거 위에서 다양한 이야기도 나누고..여러 측면에서 참 좋은 스포츠에요.”

아내와 함께 즐기는 최고의 취미이자, 삶의 일부가 된 산악자전거. 최재욱 원장은 “고도의 집중력을 기반으로 긴 거리를 달리듯, 진료를 할 때도 집중해서 세심하게 환자를 대하려고 한다. 작은 술식이여도 꾸준히 준비를 하면 문제없이 해낼 수 있다”면서, 엠티비와 임상은 비슷한 점이 많다고 했다.

“라이딩을 하는 것보다 매일매일 운동화 끈을 조이고 현관문을 나가는 순간이 힘든 것 같아요. 임상도 마찬가지에요. 똑같은 술식이지만, 날마다 마음을 다잡고 집중해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임플란트 하나를 하더라도 마치 긴 주행을 앞둔 마음가짐으로 환자들의 아픈 곳을 치료하려고 합니다.”

영국·프랑스·이탈리아까지…‘체내 엔진’ 키워서 오래오래 즐기고파

국내대회를 제패한 최 원장은, 지난해 영국 국제대회에도 진출했다. 올해는 국내 280랠리 삼연패를 목표로 꾸준히 실력을 다질 예정. 이어 올해 이탈리아, 내년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PBP(파리-브레스트-파리)국제대회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4년마다 열리는 PBP대회는 1,230km를 90시간에 달려야하는 아마추어 사이클링 대회로, 최 원장은 2015년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2015년 프랑스에서 열린 PBP대회에 출전한 모습.

“국내에서 산악자전거를 사오년 정도 즐기다보니 국제대회에도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지난 2015년 PBP에 산악자전거로 출전했어요. 도로를 달리는 사이클링 대회여서 산악자전거를 탄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죠. 비경쟁 대회라 순위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10명 남짓한 국내 참가자 중 일등으로 들어왔어요. 내년에도 출전해서 4년 전과 실력을 비교해보고 싶어요.”

처음엔 ‘몇 년 타고 말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했다는 최 원장. 이제 그에게 산악자전거는 60, 70세를 넘어서까지 꾸준히 함께 하고 싶은 ‘인생의 동반자’다.

“동호회 활동을 하는 70대 형님들을 보면, 욕심내거나 무리하지 않고 자연을 즐기면서 편하게 타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아요. 그들이 진정한 위너라고 생각해요. 60대를 넘어서면 체내 엔진의 힘으로 달리는 거에요. 지금처럼 꾸준히 연습해서 엔진을 튼튼하게 키워 오래오래 가동해야죠.”

장구슬 기자  kda07@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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