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자: 박유하
출판사: 뿌리와이파리
출판일: 2015년 6월

논란중인 책 '제국의 위안부'가 궁금했어요. 2013년 8월에 나온 초판은 구할 수 없어 재판 결과로 34곳이 삭제된 2판을 구매했습니다.

책의 띠지에는 2015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형사기소에 반대하며 일본 지식인 54명과 한국 지식인 190명이 항의 성명을 발표하였다고 쓰여있습니다. 삭제된 명령받은 부위는 'O' 형태로 공란 처리되어 있었으며,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는 데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습니다(삭제된 곳도 인터넷 검색을 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도 있습니다).

저자 박유하는 1957년 서울 태생으로 고등학교를 졸업 후 도일하여 박사과정까지 모두 일본 문학을 전공했으며, 귀국한 뒤 현재까지 세종대학교 일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저자는 '제국의 위안부'를 한일 양국의 역사 문제 갈등을 해소해서 양국은 물론 동아시아 상호 신뢰 회복과 평화를 끌어내는데 기여하고 싶어 썼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아시다시피 책은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명예훼손 소송과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을 불러옵니다. 2014년 6월 16일 나눔의 집 측은 이 책에 대하여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출판, 판매, 홍보 및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저자인 박유하와 출판사 뿌리와 이파리 대표 정에 종주에 대해 민형사소송을 제기했으며, 재판부는 2016년 1월 13일 "원고에게 1,000만 원씩 총 9,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고, 현재 저자는 항소한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독자로서는 저자의 주장에 쉽게 동의하기 마련이니 긴장하며 책을 펼쳤습니다.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 출판했다는 서문도 좋고 초반 분위기는 괜찮습니다. '별로 과격한 얘기는 없는 것 같은데....'하며 긴장이 풀어질 때 즈음 슬슬 불편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저자는 위안부 피해자 측에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피해 정도를 과장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지면을 할애합니다. 특히 위안부가 어떻게 동원되었으며 전쟁 중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를 설명하는 1부와 지금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위안부 상'이 어떤 왜곡된 과정으로 형성되었는지 설명하는 2부는 잠자코 읽기엔 다소 불편합니다.

저자의 글들을 옮겨봅니다.
위안부들을 강제로 연행 납치한 사례는 드물며, 일본군 측은 업자에게 위안부 모집을 의뢰했을 뿐이고, 그 업자(한국인)가 주로 가난한 집안 여성을 대상으로 돈을 벌게 해준다는 미끼로 동원했다(강제 동원 아니다). 위안부 동원에 일본인 중간업자나 포주는 있었으나, 그를 데리고 다니며 가난한 집안의 딸을 위안부로 보내도록 부모를 설득한 사람은 한국인이었다(왜 일본만 탓하나?).

조선인 위안부가 20만 명이라는데 이 숫자는 과장이 심하다. 위안부를 상징하는 소녀상은 우리 국민이 위안부가 대개 어린 소녀였을 것이라 상상하게 하여 우리의 피해 의식을 키워주고 유지하는 데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조선인 위안부 평균 연령은 25세 정도였다. 일본군 중에서도 위안부를 안쓰러워하고 잘해준 사람도 있는데 우리는 일본군을 그저 성욕을 채우기에만 급급한 짐승 같은 존재로만 단정 짓는다.

네덜란드 여성과 인도네시아 여성과 조선인 여성은 일본군과의 기본적인 관계가 다르다. 일본군에게 네덜란드 여성은 '적의 여자'였지만, 인도네시아의 여성은 점령지의 여성이었고, 조선인 위안부는 같은 제국의 여성으로 동지적 관계였다(일본군은 조선인 위안부를 일본인 위안부만큼은 아니었으나, 다른 나라에 여성보다 더 친근하게 생각했다).

저자는 '조선인 위안부'들이 위안소에서 겪은 강간이나 가혹한 노동의 원인은 식민지배와 국가와 남성중심주의와 근대 자본주의가 빚은 가난과 차별에 있으며, 나아가 그들을 그런 장소로 내몬 가부장제에 있다는 주장을 합니다(191쪽). 구체적으로 다시 말한다며 그(조선인 위안부) 시스템을 만들고 이용한 것은 '일본군'이지만, 직접적인 책임은 그런 시스템을 묵인한 국가(우리나라)에 있다고 얘기합니다.

책의 3부에 이르러 저자는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위안부 문제가 1990년대 동시대적으로 새롭게 문제화되었던 전시 강간 범죄인 만큼 전범으로서 책임을 적극적으로 사과와 보상에 응하라는 주장을 펼치지만 새로울 것 없는 주장에 그쳐, 1, 2부의 무게를 가지진 못 합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전문가에 비해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독자로서 정초부터 독서로 화병을 얻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만났습니다.

책에 대한 반론이 무척 많습니다만 일부 옹호하는 글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서 조선의 위안부 동원은 일본과는 달리 성매매의 경험이 없는 미성년자가 많았고, 그 수법도 당시 일본의 형법 기준으로도 범죄라 할 수 있는 '취업 사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일부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납치'에 해당하는 강제 연행도 있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죠. 1944년 미얀마에서 체포된 조선인 위안부 20명에 대한 보고서에서는 대부분의 위안부들이 성매매 경험이 없는 미성년이었으며 동원 당시 평균 연령이 21.1살로 절반 이상이 미성년이라고 기록되어 있기도 합니다.

위안부 문제가 사람의 일생을 망쳐놓았던 돌이킬 수 없는 전쟁범죄임을 고려한다면, 사건을 대하는 가해자의 태도가 중요하며, 그 해결도 정치적 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일본이 패망할 무렵 조선 총독부는 식민지 관련 문서를 소각하는 데만 며칠이 걸렸다고 합니다.

최근 읽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병사의 녹취록을 기록한 '나치의 병사들<죙케 나이첼, 하랄트 벨처 민음사 2015>'을 보면 전쟁을 치르며 전투기 조종사들은 마치 게임을 하듯 죄책감 없이 인명을 살상하고, 이동 중 눈에 보이는 여자들을 마구잡이로 잡아와 강제로 성폭행을 일삼았으며, 제국이 금한 유대인 여성과의 성관계를 버젓이 하고, 증거 인멸을 위해 반드시 사살했던 기록들이 나옵니다. 문서에 남은 사실만이 전쟁의 진실을 다 보여주는 것은 아니죠.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말할 자유를 위해서는 함께 싸우겠다." 볼테르가 썼다 아니다 불확실한 이 문장이 저자 박유하에게는 예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으로 시민사회가 건전하게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재판부의 권고에는 동의합니다만, 안타깝게도 '박유하 씨의 말 할 자유'를 위해 나서는 것은 다른 민주 시민에게 양보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준석/안산 한마음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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