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의술 펼친 과천시치과의사회 김영미 회장

필리핀 팜팡가(Pampanga) 주에 위치한 포락(Porac)시는 인구가 124,381(2015년 기준)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다. 필리핀은 내전 종식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토 대부분이 여행 자제 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한인 여행객이 총격을 당한 사건도 올해에만 세 건일 정도로 위험한 나라다. 전체 노동 인구의 55%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빈부격차가 극심하다. 사탕수수 재배와 벼농사를 주로 하는 포락시는 수도인 마닐라에서 104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의료시설이 부족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곳이다. 올해로 4년째 필리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경기도의료봉사단은 이번에도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각 과 의사들과 일반 봉사자를 포함해 총 30명이 포락시로 떠났다.

처음으로 이 봉사단에 합류한 김영미 회장은 현지에서 사흘 동안 의료 봉사를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치과는 김 회장을 포함해 단 둘이었다. 김 회장은 정해진 기간 동안 매일 봉사 시간을 훌쩍 넘기며 진료에 매달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환자들의 구강 상태가 너무 엉망이었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치료를 해줄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더 안타까웠습니다.”

현지에서 치료에 여념이 없는 김영미 회장의 모습

정작 환자들은 자신의 구강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곳 시민들은 치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때문에 초기에 치료를 받았더라면 나빠지지 않았을 치아들도 이미 손쓸 수 없이 변해버린 경우가 많았다. 김 회장은 현지 선교사의 통역으로 환자들과 소통하며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발치, 앞니 레진을 포함한 충치 치료를 했다.

봉사자들과 함께. 맨 왼쪽이 김영미 회장.

100명에 달하는 환자들이 김 회장의 손을 거쳤다. 포락 시내의 학교를 빌려 이동식 체어를 놓고 진료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한 명이라도 더 치료하기 위해 김 회장의 손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평소에 제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듯이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체어에 라이트가 없어 헤드랜턴을 쓰고 치료를 하는 동시에, 치위생사의 역할까지 해야 했다. 분명 체력이 엄청나게 소모되었을 텐데도, 김 회장은 당시 이야기를 들려주는 중에 단 한 번도 “힘들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더 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봉사 현장에는 김 회장의 아들도 함께했다. 그는 기구 소독을 맡아 어머니에게 큰 힘이 됐다. “같이 가자고 했을 때 흔쾌히 따라나서 주어서 고마워요. 많은 사람이 치료를 필요로 한다는 걸 깨달았고, 의료 봉사가 어떤 건지 제대로 알게 됐다는 말을 듣고 보람을 느꼈습니다.” 김 회장은 돌아온 후에도 아들에게 “어땠니?”라고 물어보지 않았다. 평소에도 자녀들에게 그런 질문을 먼저 하지 않는다는 김 회장은, 아이들이 스스로 느끼고 생활에 적용하기를 바란다.

지금 그녀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로 베푸는 삶을 살고자 한다. “진료를 잠시 접고 떠나야 하는 일인 만큼 결심을 하기가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현장에 다녀오면 그럴 가치가 충분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더 많은 치과인들이 해외 의료 봉사에 참여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봉사자들이 모두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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