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고 막고 중상 입은 이재호 원장, 의상자 7급 인정

지난 1월, 경부고속도로를 시속 100km 넘게 쌩쌩 달리던 고속버스가 방향을 잃은 채 휘청거렸다. 이로 인해 타박상을 입은 승객들은 두려움에 빠졌고, 운전석 뒷자리에 앉아 있던 한 남성이 망설임 없이 의식을 잃은 운전사에게 달려갔다. 그는 운전사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자 순간의 기지를 발휘해 버스를 멈춰 세웠고, 운전사는 사망했지만 승객들은 경상만 입고 목숨을 구했다.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뻔한 아찔한 순간 이였다. 본인은 중상을 입고 여럿의 목숨을 살린 남성, 그는 이재호(용인 뉴욕치과)원장이었다.

대형 교통사고를 막고 대퇴골 골절·발등 복합골절 등 큰 부상을 입고 지금까지 다리를 절뚝이는 이 원장은 지난 9월1일, 보건복지부 의사상자심사위원회에서 의상자 7급으로 인정됐다.

이어 9월19일에는 정찬민 용인시장이 이 원장에게 의상자 인증서를 수여했으며, 용인시는 <자랑스러운 시민상>에 이 원장을 수상자로 올릴 계획도 전했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사고 이후 늦게나마 뵙게 돼 영광이다. 위험한 상황에서 용기를 내서 큰일을 해냈다”면서 “국가에서 의상자로 인정 해주고, 또 국민을 위해 몸을 희생했다고 생각한다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9월19일 정찬민 용인시장<사진 좌>이 이재호 원장<사진 우> 에게 의상자 인증서를 수여했다.
<사진 왼쪽부터>이재호 원장, 정찬민 용인시장, 시청 관계자들이 인증서 수여식 이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위험한 상황 속에서 이웃을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진 이 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재호 원장

의상자 선정을 축하한다. 이에 대한 소감은

국가에서 의상자로 인정해주니 심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을 보상받는 듯해서 기분이 좋았던 반면, 크게 알려지는 것이 불편해서 의상자 선정을 거부할 생각도 있었다. 사고 당시 돕고자 한 일인데 역으로 배상책임을 묻거나 사고에 대해 추궁을 받기도 해서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과계 위상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결심하게 됐다. 지급되는 보상금 중 일부는 아는 단체에 기부할 생각이다.

사고당시 기억하는 상황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명절을 맞아 혼자 고향을 방문했다가 집으로 오는 중 사고를 당했다. 사고 발생구간은 정체가 없어서 시속 100km 넘게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버스가 방향을 잃었다. 졸음운전인가 싶어 운전사에게 달려갔는데 동공은 풀려있고 완전히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이에 버스를 세우기 위해 기어 변속을 움직여보고 브레이크도 밟아보고 여러모로 노력했다.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방향을 틀어 가드레일을 박고 버스를 멈춰 세웠다. 그 때의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는데 의식을 차려보니 핸들이 튕겨져 나오면서 다리를 찍어 다리가 완전히 천장 위로 올라가 있었다.

두려움이 컸을 텐데 어떻게 사고를 막을 생각이 들었는지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게 누군가는 나서야만 했다. 사고 트라우마로 고통을 겪고 있기에 그 때 나서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람들을 구했다는 보람을 느낀다. 특히 버스에 탄 만삭의 임산부를 구했다는 뿌듯함이 크다. 젊은 부부였는데 사고 당시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마음이 아팠다. 임산부가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이고 이후의 소식은 듣지 못했지만 무사히 출산을 했을까 궁금하다. 만약 다시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또 몸을 던지지 않을까 싶다.

진료를 보는 데 불편하지 않은가.. 현재 몸 상태는 어떤지

대퇴골 골절과 발등 복합골절로 큰 수술을 받고 한시적인 장애 진단을 받았다. 특히 발등은 개방성 복합골절로 피부가 깊게 파여 지금까지 세 차례 피부이식 수술을 했다. 흉터가 깊고 걸을 때 불편해서 다리를 절뚝이고 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피부이식 등 여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수술 이후 한 달 간 입원했는데, 그 이상 치과를 운영하지 않으면 경제적인 피해가 커 병원에 복귀해 진료를 보고 있다. 몸이 불편해서 야간진료까지는 아직 무리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느낀 점이 많을 것 같다..

고속버스 운전기사의 업무 과로로 인한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데, 당시에도 오랜 근무시간 때문에 힘들다는 통화내용을 들었다. 이에 운전기사에 대한 원망보다 사망 위로금은 제대로 받았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안전한 대중교통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시회구조적인 변화가 뒷받침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환자로서 불편함과 아픔을 직접 겪다보니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는 역지사지의 감정을 느꼈다. 앞으로 의사생활을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사고 이후 만 3살 된 아이와 많이 놀아주지 못 해 안타깝고 부인에게도 미안하다. 또 이전에 경기도치과의사회 이사로 활발하게 활동했었는데 회원들을 위한 활동을 하지 못해 아쉽다.

이 원장님의 의로운 행위가 치과의사의 위상 제고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치과의사의 위상 제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니 뿌듯하다. 의상자 인정으로 인해 사회봉사 측면에서 치과의사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그간 치과의사로서 업무와 연관이 있는 진료에 한정되어 환자에게 봉사를 했는데, 업무 외에도 사회적인 기여를 할 수 있었다는 보람이 크다.

아픔을 이겨내는데 힘을 준 주변에 한마디 전한다면

경기도치과의사회 회원들을 포함해서 주변 많은 분들이 응원해줬기에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특히 경기도치과의사회에서 어려움을 들어주고 적극적으로 나서주어서 큰 힘이 되고 있다. 다리 습진 때문에 또 다시 피부이식 수술을 해야 하는데 보험사에서 다리는 장애 인정을 해주지 않아 소송을 준비 중이다. 혼자 대처하기 막막했는데 경기도치과의사회 고충처리위원회에서 소송을 도와주고 있다. 어려움에 닥쳤을 때 큰 도움을 줘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더불어 병원 환자분들께도 감사하다. 입원했을 당시 환자 대부분이 진료 복귀를 기다려줬다. 힘내라고 보약을 지어다 주신 분도 있다. 믿고 기다려주셔서 정말 고맙고,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더욱 성심성의껏 진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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