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소리] ‘하이 리스크, 로우(LAW) 리턴’의 의료 시대
임제이 논설위원
경영이나 투자에 있어서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high risk, low return)’이라는 흔한 표현이 있다. 의료계에선 이제 로우는 ‘low‘가 아니라 ’law(법률)‘라는 자조 섞인 표현을 쓰게 되었다.
현재 의료계의 위기를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은, 물론 비상식적인 건강보험제도 당연지정제와 세계 최저 수준의 강제된 저수가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 2015년 ‘응급 소아외과 환자 사건’, 그리고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3대 법원 판결 참사’로 이어진 법원의 의사 죽이기다. 왜냐하면, 그 사건들 이전에는 같은 저수가 시대라도 ‘우리가 돈을 못 벌지, 가오가 없냐’라는 사명감 하나 가지고 바이털과를 전공하는 의사들이 넉넉했기 때문이다.
모든 치료에는 ‘합병증’ 내지는 ‘부작용’이 따른다. 그리고 그로 인한 ‘후유증‘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신이 하는 것이 아닌 이상, 100% 완전한 치료란 없다. 심지어 신도 일부러 생명을 거둬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한국 법원은 ‘주의설명의무 위반’이라는 내용으로 의사가 100% 완벽한 존재가 되기를 강제한다. 심지어 치료과정상 과실이 없더라도, 환자가 합병증이나 후유증으로 괴로움을 겪으면, 처벌이나 손해배상은 없더라도 수백만 원 이상의 위자료를 지급토록 하는 판결이 어느 순간 주를 이루었다. ‘의사들은 돈 잘 버는 직업이니까 잘못을 했건 안 했건 너 때문에 고생한 불쌍한 환자들에게 좀 베풀어라‘라는 것이 그 기반이다.
아무리 열심히 세세하게 설명을 하고 서명까지 받아도, 환자 측에서 잘 못 들었다 하거나 이해하지 못했다고 항변하는 순간 법원은 환자 측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주의사항에 대한 책자를 전화번호부 수준으로 만들어서 병원 입구에 들어와서 갑자기 넘어져서 다치거나 사망할 가능성까지 미리 언급해두고 녹취까지 해 놔도, 법원은 주의설명의무 위반을 때리고 위자료지급 명령을 내릴 것이라는 것이, 현 한국 의료계의 현실적이면서 자조적인 판단이다. 그냥 환자가 소송 걸면 최소 위자료 지급은 거의 무조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합병증과 후유증은 의료인이라면 절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즉, 그 일을 하면 할수록 법적 리스크를 피할 수 없다는 것, 경제적 손실 리스크는 무조건 따라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건 단순히 금전적 손실뿐이 아니라, 직업적인 자존감과 자존심과도 연계되어 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고 외치는데, 가오는커녕 가해자, 살인마 취급을 당한다면? 그래서 직업 유지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면? 단 1도 그 일을 지속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의대 증원? 그런 현실에서는 수십 수백 배를 해도 소용이 없는 일임은 당연하다. “많이 뽑아두면 낙수 효과로 누군가 하겠지만, 우리 애는 안 돼“ 라는 부모가 거의 전부 다인 상황에서 과연 누가 하겠는가. 그리고 ‘낙수 효과‘로 아무나, 혹은 머저리들이나 하는 일 취급당한 종사자들의 상처받은 자존심과 비참한 심정은 누가 보듬어주겠는가.
그래서 그게 치과랑 무슨 상관이냐고? 단순히 법적 리스크가 치과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을 넘어서서 이 나라의 존망이 달려있는 일이다. 의료가 무너지는 나라에서 탈출하지 않고 남아있을 사람은 결국 매우 한정적이다. 그리고 그 남아있는 사람들이 어떤 시장을 만들어줄 지 생각해보면 답은 명확하다. 우리는 다 같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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