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채 논설위원
2026년의 봄을 맞이하는 우리 치과계의 현실은 여전히 밝고 희망적인 전망보다는 무겁고 어려운 이슈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구인난, 경영 악화, 불법 의료 광고의 기승, 그리고 저가 덤핑 의료기관의 확장에 따른 의료 질서의 혼란은 이제 개원가의 경영 환경을 위협하는 상수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돌봄통합지원법(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은 우리에게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돌봄통합지원법은 노쇠, 장애, 질병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살던 곳’에서 존엄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의료와 요양, 돌봄을 통합 지원하는 체계입니다. 이는 의료 패러다임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의 거주지 중심으로 전환됨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도 시행 과정에서 치과 의료의 역할은 여전히 변두리에 머물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영양 섭취와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이 ‘구강 건강’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제도 설계 과정에서는 식사 지원이나 일반 요양 서비스에 비해 그 우선순위가 뒤로 밀려나 있는 듯하여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재 치과계 내에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활발한 정책적 제안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먼저 학계와 연구 단체에서는 전신 노쇠의 전조 증상인 ‘구강노쇠’를 예방하는 것이 장기적인 국가 의료비 절감에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구강노쇠를 인정받기 위한 신의료기술 등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각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도 안전하게 치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국형 방문 구강 진료 모델’의 표준안을 제안하고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치과 진료의 특수성을 고려한 현실적인 수가 체계 마련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습니다. 무거운 이동식 장비를 운용하고 전담 인력이 동행해야 하는 방문 진료의 특성상, 진료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는 경제적 실효성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장 안착을 위해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들도 있습니다. 개원가는 이미 심각한 구인난과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현재의 미비한 수가 체계로는 고비용의 의료인력 양성과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재가 환자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영양 섭취를 가능케 하는 구강 건강이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행정 규제와 지원책이 부재합니다. 제도적 사각지대를 틈타 또 다른 형태의 불법 의료 행위나 질 낮은 상업화가 돌봄 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촘촘한 행정 감시와 법적 장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누구에게 문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할 시점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야 하는 미룰 수 없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첫째, 실효성 있는 방문 진료 수가 체계를 쟁취해야 합니다. 협회와 회원이 함께 나서서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고, 의료인 양성에 투입되는 비용과 개원가의 어려움을 근거로 정부를 끊임없이 설득해야 합니다.
둘째, 내부적인 생태계 복원과 성찰이 필요합니다. 내부의 지나친 경쟁과 갈등은 우리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뿐입니다. 성숙한 문화를 바탕으로 돌봄 통합 지원이라는 현안에 대해 함께 헤쳐 나가는 힘을 모아야 합니다.
셋째, 적극적인 홍보로 호의적인 여론을 주도해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치과 돌봄이 왜 필요한지를 알리고, 행정 기관의 실효성 있는 대응을 견인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위협 속에서 우리 치과계는 좀 더 똘똘 뭉쳐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하고 반복되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며, 변화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치과의사의 가치와 품격을 지켜내야 합니다. 앞으로 협회는 정책적 소통을 강화하고, 회원은 이해와 성원을 보내어 급변하는 시대적 파고를 함께 넘어가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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