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해를 맞이하며

△ 최유성 회장
△ 최유성 회장

또 다시 무거운 마음으로 해를 넘기려나 봅니다. 코로나라는 단어를 가지고 인사말을 나누는 것도 이제 지쳐간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얼마 전 치의신보TV에서 시도지부장 릴레이 인터뷰 동영상을 촬영했습니다. 앞선 다른 지부장님들의 말씀들을 들으면서, 이미 언급해 주신 대동소이한 내용을 반복하기 보다는, 다소 국소적이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채워 보았습니다.

주된 내용으로는 결국 초심을 가지고 회무에 임한다는 각오였는데, 선거에 임하면서의 초심보다도 더욱 초심인, 치과의사 면허증을 부여받았던 30여 년 전의 초심, 그리고 치과개원의로서의 마음가짐이 그것이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을 맞이하는 즈음에 30년차 치과의사, 또 두 아이의 아빠로서의 최근 두 가지 경험을 회원 여러분들과 나누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펜을 들어 봅니다.

먼저, 문득 어느 단톡방에 올라왔던 TV 화면이었습니다.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라는 드라마의 TV 화면입니다. 소위 현재진행형을 사용한 제목에 이끌려 본방을 시청했고, 경기지부 임원 단톡방에도 TV 화면사진을 장난스럽게 올려 보았습니다.

다른 하나는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신 교수님의 동영상 강의를 우연히 접하고는, 제법 감동하여 여러 번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톨스토이의 문명과 인간(죽음의 문제를 중심으로)’이라는 제목의 강의 동영상인데, ‘죽음’이라는 어두운 주제를 통해서, ‘삶’의 문제를 논하는 강의내용에 심취하여 연말연시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특히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라는 작품을 통해 전해오는 감동은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인 코로나, 50대 중반의 개인적 인생, 치과계 많은 난제들을 숙고하는 회무수행자로서의 고민 등을 모두 관통한다는 생각입니다.

45세 판사인 상류층 주인공의 갑작스러운 질병과 죽음을 소재로 하여 톨스토이는 그동안의 순탄하고 평범했던 삶을 끔찍했다고 표현하고, 죽음의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고통을 통해서 비로소 자기 삶을 들여다본다는 내용입니다.

순박하고 평범했던 삶의 끔찍함에 대해서는 다음의 내용으로 나타납니다.

<이반 일리치의 사망 소식을 접하자 집무실에 모인 신사들의 머리에 떠오른 첫 번째 생각은 이 죽음이 자신 또는 자신이 아는 이들의 자리이동이나 승진에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것이다.>

한 인간이 살다가 죽었는데, 남는 것은 자리와 급여액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문명화된 삶이 부도덕한 이유는 죽음을 회피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죽음의 고통가운데, 젊은 간병사를 통해 그동안 심지어 가족들에게서조차 보지 못했던 희망을 보게 되는데…

“자네는 이런 일 하는 게 힘들지 않아?”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습니다. 그러니 수고 좀 못할 이유도 없죠.”

죽음을 기억하고, 죽음을 직시하고, 죽음을 의식해야만 연민도 가능하고, 공감도 가능하고, 사랑도 가능할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고 합니다.

마지막 죽음의 고통으로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그에게 중학생 아들이 그 손을 잡아 입술에 대며 울음을 터뜨릴 때, 그는 그동안의 표면적인 삶에서 본질적인 삶으로 전이하게 됩니다. 의례적인 삶, 타인을 위한 삶, 타인의 잣대로 채워졌던 삶으로부터…

‘선행으로 일관된 삶을 살고 싶다면, 얼마 안가서 반드시 죽을 것이라는 것을 되도록 자주 떠올려야 한다’는 글을 통해 심오한 메시지도 전해주고 있습니다. 톨스토이에 의하면, 죽음의 문제와 문명의 문제는 하나로 맞물려 역동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고, 이 역동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가운데 서서히 드러나는 것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라는 최근 드라마의 제목과 같이 어쩌면 ‘우리는 지금, 죽음을 준비하는 중입니다’라는 경건하고도 결연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떠오릅니다.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 치과계를 옥죄는 여러 문제점들,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의 크고 작은 수많은 갈등의 일들을 생각해 봅니다. 새해, 이제부터는 쉽게 풀기 어려운 세상사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회원 여러분! 2022년 새해에도 힘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서로서로 격려해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경기도치과의사회 회장 최유성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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