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여에 걸쳐 병원 대기실에 있던 싸인을 떼어내고남은 아크릴판 위에 그림을 그렸습니다.나는 병원을 떠날 수 없지만 저런 곳에서 휴가를 보냈으면좋겠다는 생각으로 상상 속의 풍경을 그려보았습니다.(김지환 회원) 아이 방에 놓을 블루투스 스피커를 직접 만들어 보았습니다.호두나무를 깎아 만들었고 노브도 직접 금속선반을 돌려스테인리스를 깎았습니다. 상부의 뚜껑은 CAD로 설계한 다음,NC로 출력 후 수작업으로 마감했습니다.스피커 위의 장식은 딸이 도자기로 구운 것입니다.(김지환 회원)
서른 살에 취미로 발레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어언 발레 인생 20년이 되었다. 그동안 줄곧 열심히 발레를 해 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열정적으로 혹은 미약한 끈을 놓지 않고 레슨을 받은 것은 맞으니 취미발레 20년 차라는 표현이 영 틀린 말은 아닌 거 같기도 하다. 처음에는 매주 토요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국립발레단 아카데미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후 10여 년간 토요일에 휴가를 가 본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발레에 흠뻑 빠졌었다. 월ㆍ화ㆍ수ㆍ목ㆍ금ㆍ토ㆍ일 주 7일 발레연습을 했던 시절도 있었고, 여행 다녀오는 슈트케이스에 발레용품을 챙
신발은 가벼웠지만 발은 무거웠다. 티머니로 미리 보성으로 가는 차편을 예약해 뒀다. 아침 일찍 버스터미널 대합실에 도착했다. 대합실에는 이곳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군인과 입을 맞추기 위해 발가락을 곧추세운 아가씨, 며느리에게 가져갈 김치통이 든 보자기를 바닥에 부려놓은 노부부,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얼굴이 벌게져 있는 엄마가 보였다. 주변에 둘러서 있는 상가에는 야구 모자를 둘러쓰고 허리를 숙여 우적우적 김밥으로 요기를 하고 있는 아저씨도 있었다. 버스에 휴대폰에 찍힌 바코드를 찍고 올라탔다. 이미 옆 좌석에 어깨가 넓
눈을 깜빡거리는 소리도 내면 안 될 것 같았다. 저마다 하던 몸짓을 멈추고 신발을 발에 꿰찼다. 서로가 발을 밟지 않도록 몸을 조금씩 구겨야만 했다. 가지런히 일번 언니부터 오 번 나까지 아빠를 중심축에 둔 채 각도기 대열로 발을 디뎠다.“이 녀석, 왜 안 들어와? 한 번도 일찍 들어온 적이 없어. 어디 오기만 해봐라.”아빠는 갈색 눈동자를 마블 영화의 악당처럼 움직이며 허리춤에서 가죽으로 된 띠를 조급하게 빼냈다. 허리띠의 쓰임새는 아빠에게는 여러 가지였다. 양복바지를 폼 나게 잡아주는 패션 완성품도 있었지만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예전에 덴티스트에 제주도 달리기 사진을 낸 적이 있는데, 이번엔 아내와 베트남으로 가서 마라톤에 참가했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이번 여행 일정은 4월 15일부터 4월 19일까지였는데, 그중 베트남 ‘후에 마라톤’ 대회가 열린 4월 16일과 그 전날 이야기입니다.첫째 날. 4월 15일 토요일(베트남 후에 마라톤 대회일 전날)비행기 출발 시각이 6시라 집에서 새벽 두 시 반쯤 일어나서 공항으로 출발. 다섯 시간 비행기 타고 다낭에서 세 시간 기차 타고 도착한 게 여기 시각으로 오후 4시. 한국은 오후 6시네요. 다낭에서 후에로 가는
확실히 코로나 확찐자(아시죠? 확진자 말고 확~찐자!)는 건강에 치명적이었습니다. 물론 팍스 코로나 시대 이전부터 지속됐었지만 특히 이번 팬데믹 시기에 더욱 몸에 밴 나쁜 습관들(엎드려 책 읽기,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음악 감상 등등)은 음주가무 같은 허송세월보다 훨씬 건강에 해로운 결과를 낳았던 것 같습니다.무슨 근자감으로 신선이라도 된 것처럼 “주여 뜻대로 하소서” 하는 가톨릭 신자의 자세로 몇 년 동안 건강검진 거부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는데,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잊고 있다가 작년 말에야 경기치과신협 이
기대나 설렘보다는 기억하고 챙겨야 하는 많은 의무의 날들 속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생신이 무심히 일정표에 떠 있다. 습관적으로 찾아 놓았던 다음 해 음력 생신. 이곳에서 촛불을 불거나, 함께 케이크를 나누지 못하게 된 이제야 미역국을 끓인다. 뽀얗게 우러나는 지난 기억들……지나간 것들에 대한 그리움.제일 강렬한 아버지의 모습은 겨울 동트기 전 아침식사를 하시고 출근하시던 뒷모습이다. 버스타고 다시 어딘가에서 갈아타고 다시 또, 자전거로 출근하셨다던 때이다. 추위로 움츠린 아버지 어깨 위로 얹힌 가장의 의무가 보이는 듯하여, 나는 아버
무슨 사진이 있길래5남매 중 막내아들인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골 면 소재지에서 사진관을 하셨다. 어머니를 만나기 전, 만난 후, 결혼, 외갓집 식구들, 위씨 집안 친척 어르신들, 우리 네 자녀 탄생부터 각종 추억 있는 사건들까지, 온갖 사진들이 집에는 넘쳐났다. 고등학생 때부터 집에서 떨어져 지내느라 가끔 집에 가서 옛날얘기 들을 할라치면 박스째 쌓여있는 우리 어릴 적 사진이나 더 옛날 사진들을 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웃고 떠들고 했던 기억이 있다.2022년 여름, 고향인 전남 장흥에서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 하시던 오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갤러리 이즈 제2전시장에서 열린 『60, 그리고』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60, 그리고』는 신경미ㆍ한훈 작가가 환갑을 기념하며 기획한 공동전시회다. 치과의사인 이들은 진료에 매진하는 틈틈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이번 전시에서 그동안 완성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동양화 특성이 잘 드러나는 신경미 작가의 그림과 한훈 작가의 현대적인 십자수가 한 공간에서 조화를 이루며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신경미 작가는 2014년 홍익대학교 미술 교육원을 수료한 이후 『소소전』, 『치의미전』 등 여러 전시회에 참여해왔으며,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