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분회 박상규 회원



예전에 덴티스트에 제주도 달리기 사진을 낸 적이 있는데, 이번엔 아내와 베트남으로 가서 마라톤에 참가했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이번 여행 일정은 4월 15일부터 4월 19일까지였는데, 그중 베트남 ‘후에 마라톤’ 대회가 열린 4월 16일과 그 전날 이야기입니다.



첫째 날. 4월 15일 토요일(베트남 후에 마라톤 대회일 전날)

비행기 출발 시각이 6시라 집에서 새벽 두 시 반쯤 일어나서 공항으로 출발. 다섯 시간 비행기 타고 다낭에서 세 시간 기차 타고 도착한 게 여기 시각으로 오후 4시. 한국은 오후 6시네요.





다낭에서 후에로 가는 기차는 많이 느립니다. 총거리는 100km 정도인데, 기차로 무려 세 시간을 갑니다. 후에역에 도착해서 서둘러 호텔로 이동해 짐 풀고 바로 후에 마라톤 전야 행사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여기서 레이스키트-배번표, 기념품, 코스도 등을 받고 사진도 찍고 하니 대회 분위기가 체감됩니다.

문제는 며칠 전부터 로사 컨디션이 좀 안 좋아서 걱정입니다. 더군다나 로사는 더위에 약해서 내일 많이 힘들면 중도 포기하자고 몇 번이나 얘기해 보지만 과연…….

다행히 비가 부슬부슬 내려 기온이 살짝 떨어진 건 아주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내일 대회 출발 시각이 3시라(현지시각) 온종일 비행기에 기차에 시달렸겠다, 호텔로 돌아와 내일 경기복과 테이핑할 것, 보충식 등만 챙기고 바로 취침.


로사 파이팅 ! 4월 16일(일요일) 대회 당일

1시 30분. 알람 소리에 바로 기상하고 대충 바나나랑 빵 좀 먹고 준비물 챙기니 2시가 다 되어 갑니다.

대회장이 호텔에서 걸어서 10여 분 거리라 걸어서 가는데, 벌써 교통 통제하고 선수들이 많이 보이네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지만 출발선에서 스트레칭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하니, 출발 직전의 흥분감이 짜릿합니다. “로사 화이팅~” 하고 출발.

비가 멈추질 않아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는데, 습도가 너무 높아 역시 힘든 레이스가 계속됩니다. 더군다나 20km를 넘어가니 점점 오르막이 심해져서 로사가 많이 힘들어합니다.




2.5km마다 물과 바나나, 수박 등 보급소가 있어 잠시 보급하며 기운 차리고 뛰길 반복하다가 25km 지점에서 턴하니, 반대로 내리막이라 다행히 로사가 힘을 냅니다.

“로사 화이팅~!” 다시 격려하며 30km를 지나는데 비가 점점 굵어지네요. 이젠 흠뻑 젖은 러닝화가 무겁습니다. 로사한테 웃으며 “비행기 타고 와서 이 더위에 장대비 내리는데 우리 뭐 하고 있냐?” 하니, 로사도 “그러게요” 하는데 힘든 기색이 역력해 좀 짠합니다.

‘DNF(do not finish)’ 안 하고 완주할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이런 날씨에 40km를 넘게 달리는 로사를 보면서 제 아내지만 대단하다고 칭찬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남은 거리는 1km. 신문사가 주최하는 대회라 사진기자가 많이 나왔네요. 표정 관리하고 로사랑 손도 잡고 만세도 하고 피니쉬를 짜릿하게 즐기니 울컥합니다. 총시간은 다섯 시간을 안 넘겼네요.

“로사 수고했어!” 비 맞은 생쥐가 딱 이 꼴이겠지만 제 눈엔 아주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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