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영국에서 고양이 그림 하나로 유명해진 화가가 있다. 79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삶을 지탱해 주었던 건, 아내가 남긴 사랑과 고양이였다.

영화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는 루이스 웨인이 젊은 시절 삽화가로 일할 때부터 화가로 전성기를 누린 이후까지를 다룬다.

루이스 웨인(베네딕트 컴버배치)은 각종 언론매체의 뉴스 삽화를 그리는 프리랜서로 일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탓에 20대부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그러던 중 루이스는 동생들의 가정교사로 온 에밀리(클레어 포이)와 사랑에 빠진다. 당시 영국 사회에서 가정교사는 매우 낮은 신분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그들은 주변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루이스는 에밀리와 함께 고양이 ‘피터’를 키우면서 고양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고양이의 다채로운 모습을 밝고 재미있게 그린 그의 그림은,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우지 않았던 시대에 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었다.

영화는 에밀리의 부재가 그의 정신세계와 작품의 변화에 영향을 끼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자신의 그림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던 에밀리가 세상을 떠난 후, 루이스는 그녀를 기억할 유일한 수단으로 그 어느 때보다 그리기에 몰두한다.



명성을 얻었음에도 그는 계속해서 여동생들을 부양해야 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가 대부분이었다. 저작권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출판사에 넘겨버린 후에는 이전보다 더 생활고에 시달렸다.

영화는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고양이 그림과는 정반대로 암울했던 루이스의 삶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중반 이후부터는 정신병이 악화되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장면들도 많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주제 아래 그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윌 샤프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에 아내의 사랑으로 다시 살아갈 희망을 찾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큰 감동을 준다.

한 인물의 생애를 2시간 안으로 압축하다 보니, 설명이 생략된 부분들도 있지만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가 빈틈을 메운다. 그는 루이스 웨인의 양손 드로잉 기법까지도 완벽하게 연기하며 캐릭터와 하나가 된다.

루이스의 반려묘 피터를 비롯하여 그의 수많은 작품 속 고양이들을 보는 즐거움은 덤. 스크린을 한 폭의 그림으로 바꾸는 아름다운 장면들도 인상적이다.

4월 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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