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에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입소한 노인들의 구강건강을 돌보는 치과 촉탁의(계약의사) 제도는 2016년부터 시행됐다. 이전까지는 복지부가 촉탁의의 자격을 의사와 한의사로만 한정했으나, 치과계의 노력으로 치과의사도 포함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복지부는 요양시설 내 의료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목적으로 촉탁의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했지만, 아직도 치과 촉탁의는 요양시설에서 구강검진 및 구강위생관리 등 그 활동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다. 또한 요양시설이 입소자의 건강 관리를 위해 의무적으로 전담의사 또는 촉탁의를 배치하거나 협력의료기관과 협약을 체결하도록 돼있는 반면, 치과의 경우 요양시설 측의 요청이 있을 때에만 치과의사가 촉탁의로서 협진을 할 수 있는 현 시스템상에서는 사실상 입소노인들의 구강돌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시점에서 노인의 치과진료에 필요한 보험 확대가 필요하며, 요양시설 입소노인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 치과 촉탁의 의무화와 더불어 진료범위가 치료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권혁도 원장
△ 권혁도 원장



2017년부터 치과 촉탁의로 활동해 온 권혁도 원장(동국치과)은 제도상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요양시설 입소자들의 구강돌봄이 꼭 필요하며,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며 “치과촉탁의가 실효성 있는 제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노인 구강건강에 대한 인식 개선뿐만 아니라 의료법 개정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20여 년 전부터 양로원에 진료봉사를 다녔던 것이 계기가 되어, 치과 촉탁의로 현재 경기도 내 요양원 11곳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입소자들의 구강 상태를 살펴보고, 필요 시 처방전을 발급하며 입소자와 요양보호사들에게 올바른 칫솔질 등 구강위생관리 교육을 진행한다. 거동이 불편한 입소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요양보호사들이 입소자들의 구강위생관리를 해야 하지만, 인력 부족 등 현실적으로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양원에 배정된 촉탁의 진료를 의과나 한의과가 독점하는 경우도 많다. 권 원장은 “입소자가 50명 미만인 요양원의 경우, 한 달에 촉탁의 진료 3일을 의사들이 다 하고 치과는 아예 배제하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요양시설 운영자가 구강건강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몇 안 되는 치과 촉탁의들이 설 곳은 더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권 원장은 “아직도 많은 요양원에서 치과 촉탁의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어르신들의 구강 건강을 위해서 사명감을 갖고 하지만, 치과가 있으나 없으나 똑같다고 여기는 요양원이 대부분이며 치과 촉탁의가 있음으로 해서 요양원 내에서 사무적인 일거리만 많이 주어진다는 생각들 때문에 치과를 배척하는 현실에서 기운이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입소노인들에게 적절한 치과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치과 촉탁의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권 원장은 “요양보호사들이 입소자를 데리고 치과에서 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치과로 이동하는 문제부터 어르신이 치료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것까지 장애물이 매우 많다”며 “특히 자식들이 돌보지 않는 입소노인들은 비용을 낼 사람이 없어 치료조차 받지 못한다.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치과 촉탁의의 치료 행위까지 허용해야 하며, 이를 위해 요양시설 입소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법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건보공단이 발표한 2022년 촉탁의 진찰비용은 초진비 16,970원, 재진비 12,130원이다. 2019년과 비교해 초진비는 1,280원, 재진비는 920원 인상됐다. 비용은 치과의사의 경력이나 의술, 입소노인을 검진하는 과정에서의 노력 여부와 관계없이 진료를 본 환자 수에 준해 책정된다. 권 원장은 “원칙적으로 하루에 50명 이상, 한 달에 150명 이상 진료를 볼 수 없게 돼 있지만, 수가보다도 요양시설이 치과 촉탁의를 후순위로 두어 그 수가 턱없이 적다는 것이 문제”라며 “현실이 이러하니 촉탁의 교육을 받더라도 실제로 활동하는 치과의사 수는 매우 적고, 젊은 치과의사들은 더더군다나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치과계의 노력만으로 치과 촉탁의의 활성화는 요원하다. 권 원장은 “요양시설에서 치과촉탁의를 의무적으로 요청하도록 의료법 개정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며 “치과의사라면 누구든지 촉탁의로 활동하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한다. 요양원에 유니트체어 한 대도 없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조금씩이라도 제도를 개선해나가서 향후에는 치과 촉탁의로 활동하는 후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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