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간 많은 영화의 소재가 됐다. <천하장사 마돈나>, <워터 보이즈>, <훌라걸스>, <풀 몬티> 같은 수작들은 쳇바퀴 돌아가는 듯한 일상에 지친 관객들에게 위로와 웃음을 주었다.

제주 해녀들의 싱크로나이즈드 도전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 <인어전설>도 그 계보를 이을 수 있을까.

영화는 ‘제주의 어머니’를 상징하는 해녀가 주인공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동안 수없이 지적됐던 한국영화 소재의 식상함에서 탈피했다.

연출을 맡은 오멸 감독은 제주 4・3사건을 다룬 영화 <지슬>로 독립영화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4・3사건을 다루었다는 이유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지난 2015년 <인어전설>의 촬영을 마치고도 3년간 배급사를 구하지 못했다.

마침내 빛을 보게 된 영화는 제주에서 나고 자란 감독의 ‘제주 사랑’이 그대로 묻어나는 작품이다.

수영연맹은 제주 싱크로나이즈드 대회를 개최하면서 오프닝으로 제주도를 상징하는 해녀들의 싱크로나이즈드 공연을 기획한다. 전 싱크로나이즈드 국가대표 영주(전혜빈)는 이 공연을 위해 코치직을 제안받고 제주도로 향한다. 그러나 옥자(문희경)를 비롯한 해녀들에게 싱크로나이즈드는 발음조차 하기 힘든 ‘뻘짓’일 따름이다.

옥자는 조용한 마을을 혼란스럽게 하는 영주가 영 못마땅하고, 영주는 자신을 무시하는 옥자에게 잠수 대결을 신청해 이기는 쪽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로 한다. 대결에서 이긴 영주는 오프닝 공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사건을 거치며 해녀들과 가까워지게 된다.

영화는 제주 올로케이션으로 촬영돼, 제주 곳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그대로 담아냈다. <간신>, <좋지 아니한가>를 비롯해 드라마와 뮤지컬 등에서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문희경은 고향 제주도를 향한 애정으로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전혜빈 외에는 대부분의 출연 배우가 제주도 출신으로, 연기에 필수인 제주 방언을 완벽하게 구사해 캐릭터의 생생함을 더했다.

영화는 신선한 소재로 여성들의 우정을 가볍고 유쾌하게 그렸으나,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의 전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다소 진부하다는 평도 있다.

11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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