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나와 진료를 할 때 항상 왼쪽에 그래야 석션을 시작해

그녀는 수술할 때도 항상 왼쪽에 그래야 난 수술을 시작해

두 팔을 벌리고 시야를 확보해 줄 때도 그녀는 왼쪽 자리에

그래서 나의 왼쪽은 따뜻한 동료가 있어 항상 든든해~”


혹시 위의 짧은 글에 리듬이 느껴지는 분이시라면 아마도 2011년 흑꼬라는 아티스트의 「left lady」라는 노래의 가사를 아시는 분일 거라 생각합니다.

2011년이라면 필자가 본과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국시는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대학병원 수련을 받아야 하는지, 대학병원 수련을 하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치과진료를 수련할 건지 이런저런 길을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때는 제 앞길을 걱정하느라 뒤돌아보는 것은 물론 주위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운이 좋게 선배님의 소개로 외부 병원에서 2년여간 다양한 술식을 익힐 수 있었고, 다행스럽게 개원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열심히 성실하게 진료하면 병원을 잘 꾸려 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열심히 한 만큼 보람도 느끼고 환자분들도 한 분 한 분 늘어가 병원을 키워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소위 치과의원을 개업하고 병원 경영의 길을 가게 된 것이죠. 선배님들이나 동기들, 그리고 후배들과 서로서로 치과이야기를 하며 힘든 일이 있으면 푸념도 늘어놓고 학부 때 함께했던 추억을 술안주 삼아 이야기하던 시기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병원도 안정이 되고 환자분들도 우리 병원의 분위기와 제 진료 방식에 공감을 많이 해주시는 시기가 왔습니다. “드디어 뭔가 잘 풀리는구나, 열심히 한 보람이 있구나” 하며 뿌듯해하던 찰나… 직원 한 명이 ‘똑똑똑’ 원장실 문을 두드립니다. 드릴 말씀이 있다며 진지한 표정으로 원장실로 들어와 하는 이야기는

“원장님 다음 주부터 출근을 못 할 거 같아요… .”

“김 선생님 왜… 무슨 일이에요??”

“원장님 죄송해요 쉬고 싶어요… .”

“…… .”


난생처음 직원의 퇴사를 경험하고, 새로운 직원을 구하기 위해 구인구직 웹사이트에 “우리병원에 근무할 직원을 구합니다”라는 구인광고를 했습니다.

문자로, 메일로 때론 병원으로 전화하여 면접 문의를 하는 선생님들과 면접 날짜와 시간을 잡고, 우리병원에서 일을 잘 할 수 있는 인재를 뽑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직원의 똑똑똑 사건은 많아졌고, 그 주기도 짧아졌습니다.

구인광고를 하여도 면접을 보러 오는 선생님들은 줄어들었고 소위 면접 당하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면접 노쇼 또는 면접 후 연락 두절이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지금 개원을 하고 계시는 동료 치과의사 선생님들 대부분은 제 말에 공감을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같은 일을 하는 선후배 동료들과 이야기해보면 우리병원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들 직원을 구인하는 과정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 한두 개씩은 갖고 있는 걸 보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위안으로 삼아야 하는 건가요.

우리랑 같이 일할 직원을 구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워졌을까요.

우리가 조금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면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치과에서 일할 치과위생사 부족, 조무사를 취득한 후 치과 취업의 기피 등등….

치과위생사 부족은 졸업 후의 치과에서 일하는 졸업생들이 줄고 결혼, 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치과위생사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더욱 세분화된 이유들이 현재의 사회적인 이슈들과 맞물려 현재의 치과의원의 진료실 인력 부족 현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 치과의사들은 이미 원인도 알고 있고, 그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와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치과의사의 숨통을 조여오는 진료실 보조인력의 부족 현상, 대체 해결책은 없는 걸까요?

경기도 치과의사회 치무이사로 활동하면서 치과 보조인력에 대한 주제로 남부럽지 않게 고민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간호조무사협회와의 간담회, 치위생과 학과장님들과의 간담회 등 치과의사에게 필요한 인력을 양성해서 배출하는 기관과의 협력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습니다. 경력 단절 여성들의 취업교육을 하는 ‘여성 새로 일하기 센터’라는 기관도 방문하여 치과라는 공간이 경력 단절 여성들이 일하기에 좋은 일터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피력하였습니다.

하지만 간담회를 하면 할수록 치과의원, 병원의 진료실에 대한 어려움의 벽이 더 커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2020년 코로나 시기에 경기도치과의사회 온라인 보수교육을 진행하면서, 치과 보조인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 중 일반인들을 교육해 진료실ㆍ데스크ㆍ소독실 등의 공간에서 치과에 대한 지식과 진료의 이해를 바탕으로 치과의사 옆에서 진료를 보조하는 인력을 개발하자는 뜻을 모았습니다.

△ 지난 5월 치과 진료 코디네이터 양성과정에서 신준세 치무이사가 수강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 지난 5월 치과 진료 코디네이터 양성과정에서 신준세 치무이사가 수강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경기도치과의사회는 이른바 ‘치과 진료 코디네이터’라는 새로운 직종을 개발해보자는 대의를 갖고, 이 새로운 직역에 대해 오랜 고민을 해오신 박창진 원장님(미소를 만드는 치과)과 함께 치과의사 옆에서 진료를 보조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춤은 물론, 환자관리ㆍ차트관리 등 진료 외적인 업무도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을 개발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하였습니다.

약 1년 정도의 개발 기간을 거쳐 2021년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인 고양시 여성 새로 일하기 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치과의사가 직접 교육하고 실습을 지도하여 약 20여 명의 치과 진료 코디네이터를 배출하였습니다. 이들은 현재 각자의 위치에서 훌륭한 치과인력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직원 채용의 대상으로 치과위생사나 간호조무사를 주로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런 생각이 치과계의 보조인력에 대한 만성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보조인력 공급에 대한 다변화를 모색하지 못했던 과거가 조금 안타깝기도 합니다.

치과 진료 코디네이터 양성을 위한 교육개발과 강의를 진행하면 할수록 치과 진료 코디네이터라는 직군이 치과에 정말 필요한 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과의사가 진료실에서 진료할 때 왼쪽에서 석션을 들고 타액을 제거하거나 수술 시야를 확보하는 것만이 진료의 보조가 아니라, 특별한 자격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일정한 교육을 통해 진료 준비부터 진료한 기구들의 정리와 소독 등을 할 수 있는 직역이 있다면 원활한 진료실 환경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현재 치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치과 진료 코디네이터는 20여 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든 직역이 그러합니다. 처음엔 소수의 사람들이 배출이 되고 사회에 적응하고 필요에 따라 영역이 확대되고 인원이 늘어납니다.

현재 치과계는 보조인력 수급난이 심각합니다. 이는 치과위생사협회, 간호조무사협회 역시 공감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들과의 협업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치과계 내부에서도 보조인력이라는 주제로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을 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진료실에서 더 나아가 치과 전체에서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직역의 개발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치과 진료 코디네이터라는 이름으로 배출되는 인력은 치과진료에 있어서 left lady(석션)로 시작하는 직역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일단 치과에서 진료의 흐름을 이해하는 직역의 유입은 치과에서 일하는 인력풀을 다양화할 수 있을 것이고, 보조인력이 부족하여 바쁘게 돌아가는 진료실에 여유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치과 진료 코디네이터가 치과에 적응하여 치과에서 꼭 필요한 직역으로 성장한다면 left lady가 아닌 all round lady(all round ready)가 되어 우리의 진료를 도와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보조인력 문제로 많은 원장님들이 마음고생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보조인력 문제는 단순히 치과계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에 걸친 여성 경력 단절 및 청년 실업 등의 이슈와 연관이 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치과 보조인력의 해결은 곧 우리나라의 사회 문제 중 하나를 해결하는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경기도치과의사회에서 양성하는 치과 진료 코디네이터라는 직역은 회원들이 당장 필요로 하는 진료실의 인력과는 차이가 있어 아직은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출되는 인원이 늘고, 이들의 역할을 회원들이 이해하게 된다면 치과 진료 코디네이터는 우리 치과의 꼭 필요한 인재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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