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및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포스터 및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 완벽을 추구하는 인물은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 중 하나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스스로를 극단으로 몰아붙이는 주인공은 <블랙 스완>(2011), <위플래쉬>(2015) 그리고 <더 셰프>(2015)와 같은 작품에서 다양하게 변주됐다.

그리고 아마도 올해 가장 논쟁적인 작품 중 하나가 될 <타르> 역시 그런 인물이 주인공이다.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로 이름을 올린 리디아 타르(케이트 블란쳇)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5번 연주회 실황 녹음과 음반 발매를 앞두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커리어의 정점에 선 지휘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이 작품은 음악영화라기보다 심리스릴러에 가깝다. 누군가 타르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몰래 찍어 전송하는 첫 장면은 그녀의 일상이 감시당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타르는 제자였던 크리스타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신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타르의 조수 프란체스카는 크리스타가 타르에게 집착하며 지속적으로 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메일을 전부 삭제하라는 타르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 크리스타의 자살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타르는 매일 악몽에 시달린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이 줄리어드에서 수업했던 모습을 악의적으로 편집한 영상은 그녀의 경력에 오점을 남긴다.

말러의 교향곡 5번 연주회가 있는 날, 타르가 완전히 무너지는 모습은 연민을 자아내기보다는 충격적이다. 구설수에 시달리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변함없다는 점이 부각되지 못해, 다수의 관객들은 그녀에게 공감하기 어렵다. 단원들의 의견을 수용하며 음악을 만들어가기 보다는 자신의 방식에 따르기를 강요하고, 초반의 인터뷰나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줄리어드 수업 장면에서 음악에 대한 철학적인 견해를 난해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장시간 거침없이 쏟아놓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극장을 나선 뒤에도 뇌리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다. 상영시간 158분을 장악하는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작품을 ‘지휘’하는 마에스트로의 경지다. 타르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교향곡을 완성해나가는 몇 안 되는 장면들이 무척이나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케이트 블란쳇은 손끝 하나, 눈꺼풀의 떨림 하나만으로도 음악에 심취한 지휘자 타르를 연주해낸다.

<더 셰프>의 주인공 아담(브래들리 쿠퍼)이 나락으로 떨어진 후, 다시 일어서서 마침내 미슐랭 3스타를 따낼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르>의 주인공은 그와 반대의 길을 걷는다. 이 비극적인 서사의 끝이 타르의 상상인지 아니면 현실인지는 관객이 판단할 몫이다.

2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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